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빵 Sep 08. 2023

아파트 말고는 멸종하는 건가요?

주택 유형과 미래 모색



픽사베이



“삼촌, 아파트에 대해서는 꽤 알게 된 것 같아요. 다른 유형의 주택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 주세요.”     


“오케이. 주택은 크게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구분된단다. 단독 주택은 ‘단독으로 소유되는’ 주택으로, 공동 주택은 ‘주인이 여럿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어. 여기서 다시 세분이 이뤄지는데, [단독주택]은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중주택 이렇게 크게 3가지로 구분 (+공관 포함 시 4가지)되고, [공동주택] 역시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그리고 우리가 이제껏 공부한 아파트로 구분되지(+기숙사 포함 시 4가지).”                         



“그럼 기숙사와 공관까지 포함해서 총 8가지 형태가 주택의 전부라고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아니. 더 다양해. 업무시설과 주거시설이 혼재된 오피스텔도 있고, 도시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한 도시형 생활주택도 있어. 청년들을 위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공급되는 역세권 청년 주택 등도 새로운 주택 유형이라 볼 수 있겠지. 그럼에도 이제까지 우리가 아파트에 비중을 실어 공부한 이유는 현대인들이 가장 원하는 주거 형태로 자리를 잡았고, 새로이 공급되는 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야. 물론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도 타운 하우스 형태로 (주로 시 외곽 지역에) 지어지곤 하지만, 절대적인 공급량은 아파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란다.”     


“주택의 종류는 많지만 실질적으로는 아파트의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이네요.”     


“맞아. 게다가 대세가 된 아파트가 다른 주거형태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어. 쏠림이 더 강해지고 있지. 과거의 부자들이 보안 등의 이유로 산자락에 위치한 호화 저택을 선호했다면 신흥 부자들은 한강변의 고급 아파트를 선호한다더라구. 과거엔 아파트가 보안이나 사생활 보호에 있어 조금 부족했을지 몰라도 요새 아파트는 달라졌거든. 한남동의 고급 아파트인 ‘나인원 한남’의 일부 세대는 마치 단독주택처럼 본인 세대 전용 주차 구역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갈 수 있어. 아파트가 단독주택이 가졌던 장점을 흡수하면서 수요마저 흡수한 셈이야.”


        

나인원한남


“아파트 자체가 가진 편의성과 접근성 등 장점은 유지한 채, 단독주택만 가졌던 장점까지 더하니 단독주택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겠어요. 호랑이가 인기에 힘입어 날개까지 돋아나고 있네요.”     


“과거의 아파트가 단순히 여러 동과 여러 층으로 이뤄진 ‘적층형 집단 주거 형태’에 불과했다면, 현대의 아파트는 주거는 기본이고 커뮤니티 시설을 통해 입주민의 시간 활용과 라이프 스타일까지 제안하고 있는 셈이야. 커뮤니티 시설을 예로 들어볼까? 과거엔 놀이터와 노인정 정도가 아파트의 특징적 시설이었지? 요새는 헬스장, 골프연습장, 도서관 등의 유형 시설과 조식 서비스, 문화 강좌 등의 무형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어. 여기서 멈추지 않고 주민 대상의 구독 서비스, 공동구매 등으로 진화하고 있단다. 어찌 보면 아파트 브랜드나 단지 명이 행정동보다 더 강력한 주거의 경계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야.”     


“대도시 주거 유형에 있어서 아파트가 표준이자 로망이 되버린 셈이네요.”     


“그래, 그 ‘로망’이라는 단어가 꽤나 적합하구나. 1970~80년대에 지어진 대지지분 넓은 연립주택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적합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역시 소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건축되는 것을 가정한 인기라 볼 수 있어. 연립주택을 구매하는 이유가 아파트로의 변신을 가정한 것이니 이게 ‘로망’이 아니면 뭐겠니.”     


“삼촌, 그럼 다세대 주택이나 연립주택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저 아파트의 하위 대체재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건가요?”     


“음, 아직까지는 그런 인식이 일반적이지. 하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달라. 아파트가 ‘대규모’를 장점으로 특화 시킨 주거 유형이라면 다세대 주택이나 연립주택 역시 ‘소규모’라는 특성을 장점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아파트의 진화 공식을 역으로 벤치마킹하는 거지. 예를 들어볼까? 다세대 주택의 경우는 친구나 친척처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4~6가구가 모여 살 수 있도록 설계되어 분양할 수 있지 않겠니? 지인끼리 모여 살고픈 니즈(Needs)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있으니 말이야. 운동시설과 세탁실을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면 공간도 절약할 수 있겠지.”

     

“오, 재밌네요. 꼭 혈연이나 지연이 아니더라도 취향이나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애초에 집단 주거를 전제로 설계단계부터 참여해도 좋을 것 같아요. 빵집 수준의 대용량 오븐을 갖춘 집, 최고급 하이파이HI-FI 음향 시설을 갖춘 집, 지하에 목공방을 갖춘 집처럼 말이에요. 공동 로비가 있다면 꽃꽂이를 월 구독하거나 그림 렌털도 저렴하게 할 수 있겠어요.”     


“그래. 아이디어만 있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 세대별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 차량을 한두 대 정도 사용할 수도 있을 거고, 엄격한 채식 습관이 공통분모라면 식사 당번제를 하거나 비건 요리사를 공동 고용할 수도 있겠지.”     


"공통분모라는 개념이 재미있어요. 오히려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자 개성이 될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 공통분모가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고, 직업이나 부업이 될 수도 있지. 세대분리형 타입 아파트 평면을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에 차용해 에어비앤비 같은 가정 숙박업을 꾸려보는 것도 재밌지 않겠니. 이 역시 순번제로 관리하거나 공동 관리인을 고용해도 되겠지!”     


“오, 오늘 아이디어 우르릉쾅쾅 하시네요. 오늘은 삼촌이 저 몰래 등푸른 생선 잔뜩 드신 거 아니에요? 아파트는 나름의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으니 다른 유형의 주택들도 창의성 발휘가 필요한 시대네요.”  


"빙고!"                       




이전 14화 왜 샤루메찌 가방은 인기가 많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