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글(암튼, 투자합시다)
임신 4개월 차.
지방 중소도시에 내려왔다.
오늘따라 날이 춥다.
SRT시간이 안 맞아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바깥산책하기엔 1월의 날씨는 너무 춥다.
근처의 무인카페에 들어왔다.
무인카페라 전기세를 아껴야 해서 그런지
따뜻하진 않았다.
따뜻한 곡물라테를 주문하고 빈 소파에 앉았다.
무언가가 반짝인다.
’어, 오백 원.‘
요즘 같이 사이버 머니처럼 계좌이체, 페이 등으로 결재하는 시대에.. 심지어 동전은 너무나도 오랜만이다.
오백 원이 빛처럼 보였다.
그게 마치 나를 위로하는 듯했다.
오늘은
미혼 때 매수했던 지방 부동산 아파트를
매도하는 날이다.
손절매도.
총-1.05억.
역전세를 세게 맞았고
결혼 후 이 역전세를 우리가 대응하게 되면
아이의 출산시기에 맞춰 앞으로 나가야 할 시점에
발목을 잡힐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미혼일 때 들인 돈 7000만 원과
손절매도 하면서 우리 부부가 충당한 3500만 원을 합쳐 손절 하기로 했다.
더 추운 겨울이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 배속에서 꼬물거리는 꼬물이 덕분에
이 하락장에 매도라도 성사된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인생 첫 매도건인데
손절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멀리서 온 임산부보다 늦은 매수인 부부.
울컥 짜증이 밀려왔다.
‘아 짜증....’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았는데 자존심이 상했다.
손절매도에 의한 자격지심인가.
임차인 분도 도착하여
장기수선충당금을 정산했다.
임차인이 사실 나에게 집을 매도한
“전 집주인”이었다.
나의 계약을 끝까지 지켜보시더니
장기수선충당금을 안 받으시겠다고,
나에게 도로 이체해 주셨다.
‘아, 순간 자존심이 너무 팍 상한다.
이거 동정의 돈인가?‘
라는 생각도 잠시
임차인분이
스윽 파리바게트 롤케이크를 내어주신다.
“그간 좋은 집주인이 되어주셨는데 감사해요.
그리고 다음엔 더 좋은 일이 있으실 거예요
임신축하드립니다 “
올 겨울,
전 집주인이자 현임차인인 그 선생님께
집 매도건으로
집 보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았었다.
죄송한 마음에 케이크를 선물드린 적이 있었다.
‘아 이전 케이크를 잊지 않고 보답해 주시네.
좋은 마음으로 장기수선충당금 반환을 받아야겠다 ‘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에게도 너무 좋은 임차인이셨어요”
쓰라린 감사함을 기억해야겠다.
이 선생님은 나에게 이익 보고 팔았고,
나는 이 선생님 앞에서
손절매도를 하고 있다.
기분이 좋지 않다.
지금 이 기분을 기억해야겠다.
계약이 마무리되고
부동산 사장님께 복비를 현금으로 드렸다.
부동산 사장님이
슬쩍 오만 원권을 빼어 들었다.
“이곳에서 좋은 일만 겪으셨음 했는데,
힘든 일만 겪고 가셔서 어떻게 해요. 고생하셨어요 “
오만 원권 한 장을 나에게 주셨다.
순간
‘아... 두 번째 동정인가’
쓰라린 감사함에 마음이 아렸다.
돈 앞에선 자존심을 세우지 않는 게 투자자다.
감정이 없이 행동해야 한다.
나는 대답했다
(씁쓸)
“이것도 다 경험으로 쌓이겠지요”
복비 내느라고 깬 미니 적금 이자보다 큰돈이다.
오만 원.
감사하게 지갑에 넣어두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하루가
오백 원을 주운 이후로 생각보다 괜찮게 흘러간다.
그렇게
계약을 마무리 짓는 과정 중에
걸려온 전화.
’ 수도권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