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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희 Oct 09. 2020

집에 가져가도 될까요?

자연관찰 독서법

"엄마, 이거 집에 가져 될까요?"

아이가 손에 잡고 있는 것은 나뭇잎, 솔방울, 풀, 돌멩이, 모래 등이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했던 다양한 경험은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아니다.

하나를 여러 가지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밖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집에 오면 놀았던 것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놀았던 곳을 좀 더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

야외에서 놀던 곳에서 추억이 될 만한 물건을 챙겨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나뭇잎부터 갖고 왔다.


나뭇잎을 갖고 오면 나뭇잎을 피부에 문지르거나

스케치북에 붙이거나

나뭇잎을 따라 그리거나 물감으로 찍었다.

나뭇잎 하나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하게 활동한 것들을 비교하면서 이야기했다.


나뭇잎을 피부에 문지를 때 느낌이 어땠는지,

나뭇잎을 스케치북에 붙일 때 어떤 기분인지.

나뭇잎을 따라 그릴 때 재미있는 표정이었으면 뭐가 재미있는지,

나뭇잎으로 물감놀이한 후 어떤 색이 마음에 드는지,

어떤 색이 예뻐 보이는지.

이렇게 나뭇잎 하나로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한 가지 사물을 다양하게 생각하게 하면 관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면 나는 피곤하지만 아이들은 아주 신난다.

나는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자주 가지 못했다.

그래서 가까운 장소에 자주 가도 아이들은 매일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자주 데리고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피곤함은 감수했다.


<절물 자연 휴양림에서 주운 나뭇잎으로 한 물감 놀이 큰 애가 6세 때>

                                        

어떤 날을 모래를 갖고 와서 모래 놀이를 했다.

스케치북에 풀을 잔뜩 바르고 그 위로 모래를 뿌렸다.

모래를 뿌린 후 스케치북을 들게 하면 풀이 있는 곳에 모래만 남았다.

아이들은 그 장면이 너무 신기해서 또! 또! 또! 하면서 모래 놀이를 했다.


아이들은 밖에 놀러 가면 노는 것보다 집에세 놀이할 것들을 주우러 다니기 바빴다.

각자 가져온 가방에 담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놀다 집에 갈 때는 쓰레기라 부를 수 있는 작품 거리들이 한가득했다.


어떤 때는 집에 갖고 가는 솔방울이 많아 내가 슬쩍 몇 개 뺀 적이 있었다.

"어? 엄마, 솔방울 하나 어디 갔어요?"

"어? 엄마가 오다 떨어뜨렸나 보다"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간 적도 있다.

이날은 솔방울에 물감으로 색칠하면서 노느라 바쁜 날이었다.


아이들은 밖에서 놂 때 식물 이름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놀이하면서 식물도감을 활용하여 식물 이름을 알려줬다.

아이들은 도감에도 관심을 보이고 도감에서 다양한 식물 이름을 알았다.


자연에서 놀면서 아이들은 식물뿐만 아니라 날아다니는 새, 동물에게도 관심이 많아졌다.

나비를 보고 온 날은 나비 그림,

개미를 보고 온 날은 개미 그림을 그렸다.


점점 동물들을 분류하고 동물도감을 활용하여 다양한 동물들을 알았다.


아이들은 밖에서 놀 때마다 같은 것을 보는데도 다른 것을 보는 것처럼 신기해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찾으면 뭔가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심지어 낙엽이 전보다 더 많아졌다.

솔방울이 더 많다.

낙엽이 전보다 푹신푹신하다.


점점 아이들 눈에 궁금한 것들이 많이 생기면서 식물도감, 동물도감은 필수의 책이 되었다.



작은애가 나비를 보고 온 날 그린 나비.  나비를 그리다 빈 공간에 나비 친구로 키 큰 기린을 그림


형제 공동 작품. 동물을 보고 온 날 잡지를 자르면서 한 활동


작은애가 마당에 개미를 보고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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