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고양이 봉고 - 1

by 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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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털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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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고양이.

새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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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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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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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다.


얼마나 그렇게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만약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면 해가 지고 다시 날이 밝을 때까지 그렇게 앉아 있었을 것이다.


[일어났구나.]


어디선가 크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손이 다가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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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비는 넘겼어.]


목소리가 말했다.


[넌 하수구 진흙탕 속에 빠져 있었어. 살이 짓무르고 하얀 구더기가 온몸을 뒤덮고 있었지. 고작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되었는데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다니. 너도 참 고생이 많았구나. 널 발견했을 때는 감염과 영양실조, 저체온증으로 심각한 상태였어. 의사도 살 가망성이 없다고 했지. 혹여나 살더라도 영구히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나는 네가 살기를 바라면서도 또 죽기를 바랐어.]


고양이는 마치 주의 깊게 듣는 것처럼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너는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어. 나도 몇 번이나 포기해버렸지. 그냥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우리 모두에게 말이야. 그렇지만 너는 몇 번이고 다시 살아나더라. 이상한 일이지. 이렇게 연약하고 사소하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생명이 악착같이 살아남는 걸 보면.]


거대한 손이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넌 건강해질 거야. 하지만 말을 할 수는 없단다. 너는 벙어리니까.]


거대한 손이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아, 이제부터 너는 이 집에서 살게 될 거야. 미안하지만 네가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단다.]


고양이는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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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목소리가 말했다.


[이제부터 네 이름을 봉고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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