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고양이 봉고 - 7

by 곡도


봉고는 낮이면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밤이 되면 꼭 맹추 곁으로 돌아와 잠을 자곤 했다. 하지만 깨어있는 맹추를 보는 건 드문 일이었다. 맹추는 대부분 잠이 들어 있었고 며칠 동안이나 잠을 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깨어있을 때면 봉고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늦은 밤, 봉고가 맹추의 옆구리로 파고드는 바람에 맹추는 잠에서 깨어났다. 맹추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봉고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비밀 한 가지 알려줄까?]


봉고가 빤히 맹추를 쳐다보았다. 맹추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쉿, 실은 말이야, 작가는 내 주인이 아니야.]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 작가가 나를 납치한 거야. 내 진짜 주인님은 따로 있단다.]


봉고는 귀를 쫑긋이 세우고 듣고 있었다.


[뭐, 정확하게 납치인 지는 모르겠지만, 그 비슷한 걸 거야. 어쨌거나 나와 주인님이 만나지 못하게 작가가 방해하고 있는 건 분명해.]


맹추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처럼 아기일 때 난 주인님을 처음 만났지. 주인님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 나를 얼마나 예뻐해 줬는지, 난 지금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어. 주인님의 냄새, 주인님의 손길, 주인님의 목소리. 우리 집 창문을 열어놓으면 15분마다 전철 소리가 들리고, 어디선가 참기름 냄새가 진동을 했지.]


맹추는 눈을 감고 코를 벌름거리며 기억 속에서 참기름 냄새를 끄집어내려고 애쓰며 말했다.


[그런데 내가 1살이 조금 넘었을 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낯선 길거리를 헤매고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몰라. 몇 달 동안이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애썼지만 집을 찾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나는 주인님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았지. 그리고 마침내 전철역을 찾아낸 거야. 이제 참기름 냄새만 찾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거지. 그런데 전철역 주변을 수색하던 나를 별안간 작가가 납치해서 이 집으로 끌고 왔지 뭐야. 젠장, 조금만 더 있었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맹추는 분하다는 듯 몇 개 남지 않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 작가는 나를 집안에 꽁꽁 가두어 놓고는 주인님을 만나지 못하게 했어. 나는 몇 번이나 탈출을 감행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지. 그렇게 어느새 15년의 세월이 흐르고 말았단다. 물론 그 15년 동안 작가가 내게 잘해준 건 사실이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지. 그래 보았자 내 진짜 주인도 아닌 걸. 난 지금도 주인님이 나를 데리러 오길 기다리고 있단다. 어쩌면 내일이라도 당장 나를 데리러 올지도 몰라.]


봉고는 맹추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해한 건지 이해하지 못한 건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넌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맹추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주변을 둘러보고는 더욱더 조용히 속삭였다.


[너 그거 알고 있니? 생전에 주인이 있었던 동물들은 죽은 뒤에 저승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주인이 죽으면 마중을 나간데.]


봉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맹추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나도 그때가 되면 주인님을 마중 나갈 거야. 그럼 우린 다시 만나게 되는 거지.]


맹추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주인님이 날 보고 낭패인 얼굴을 하면 어쩌지?]


맹추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봉고도 그런 맹추를 따라 눈을 깜빡거렸다. 한참 뒤 맹추는 조금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대신 작가를 마중 나가지 뭐. 작가는 꽤나 감격스러워할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를 주인이라고 인정하는 건 아니야. 다만 너희들이 보고 싶을 테니까 말이야. 또다시 모두 함께 살면 좋잖아? 애쿠하고, 뚜기하고, 꼬꼬하고, 봉고하고, 나하고, 이렇게 언제까지나.]


그리고는 맹추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에 잠긴 건지 잠이 든 건지 알 수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앉아 있던 봉고도 어느새 크게 하품을 하고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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