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고양이 봉고 - 12

by 곡도




[아휴,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부엌 구석에 쌓여있는 빨랫감 위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던 뚜기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오면서 투덜거렸다.


[아, 별거 아니야. 작가의 엄마가 왔어.]


애쿠가 유연하게 몸을 돌려 엉덩이를 세심하게 핥으며 대답했다.


[아아, 그래? 왜 또 왔데?]


뚜기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물었다.


[반찬을 가져다주러 온 것 같아. 뭐, 우리가 먹을 만한 건 하나도 없더라고.]


꼬꼬가 책장 꼭대기에 앉아 천정에 붙어있는 크고 까만 거미를 노려보며 대꾸했다.


[그런데 봉고는 어디 갔지?]


뚜기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글쎄, 작가와 작가 엄마가 있는 작업실로 들어간 모양인데?]


애쿠가 대답했다.


[저런, 전쟁터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거군.]


뚜기가 혀를 차며 열려있는 문 틈으로 슬쩍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 안은 정말로 전쟁터였다. 산산 조각난 말의 날카로운 조각들이 사방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작가나 작가의 엄마에게서가 아니라 마치 외부의 어디선가 막을 수 없는 엄청난 힘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았고, 작가와 작가의 엄마는 오히려 이 재해의 피해자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들은 그 힘에 압도당한 나머지 자신이 누구인지 잊었고, 그래서 스스로 멈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매우 당황한 채, 오직 더 이상 부서질 게 없을 때까지 부수기 위해 상대방을 재촉하고 있었다.


봉고는 서로에게 십자포화를 가하고 있는 작가와 작가 엄마 사이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마치 그 말의 파편들이 실제로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뚜기는 슬그머니 방으로 기어들어가 봉고의 뒷덜미를 물고는 방 밖으로 끌고 나왔다.


[봉고야, 작가 엄마가 왔을 때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아.]


애쿠가 봉고의 엉클어진 머리를 핥아주며 충고했다.


[게다가 작가 엄마는 우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꼬꼬가 잡은 거미의 다리를 하나씩 떼면서 말했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더러운 동물들을 잔뜩 키운다고 화를 내는 걸 나도 들었어.]


뚜기가 못마땅한지 입을 씰룩거렸다. 작가 엄마는 개를 무서워했기 때문에 뚜기를 볼 때마다 호들갑을 떨며 몸서리를 쳤고 그래서 뚜기는 특히 더 그녀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맨날 서로 싸우기만 하니, 차라리 서로 안 보고 살면 좋을 텐데.]


꼬꼬가 거미의 긴 뒷다리를 퉤 뱉으며 말했다. 나뒹굴러진 거미의 뒷다리가 몇 번 꿈틀거렸다.


[그건 인간들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일인 모양이야.]


뚜기가 휘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쯧쯧, 성인이 될 때까지 엄마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다니, 인간들은 정말 나약해.]


애쿠가 자세를 바꾸어 옆구리를 핥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진짜 성체가 되지 못하는 거야.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머무는 거지. 엄마가 죽은 후에도, 심지어 자신이 늙어 죽을 때까지 말이야.]


[세상에, 죽을 때까지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그렇게 칠칠치 못한 동물은 인간밖에 없을 거야.]


꼬꼬가 다리가 다 해체된 거미를 다시 조립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엄마와 자식 간의 인연은 자식이 발정할 시기가 되면 끝나버리는 게 자연스러운 거야. 서로 뒤돌아볼 필요가 없는 거지. 각각의 역할과 상황이 있고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거야. 대부분의 동물들은 그 지혜를 잘 알고 있지. 그런데 인간만이 낳아주고 길러 준 것에 과도하게 감상적인 의미 부여하지. 그건 어리석은 일이야. 인간들은 그걸 '은혜'라고 부르던데, 정말 괴상한 발상이지. 생명은 자신의 생명에 대해 누구에게도 빚을 진 게 없어. 그저 자연의 섭리일 뿐인데.]


애쿠가 발가락 사이를 구석구석 핥으며 조곤조곤 말했다.


[사실 난 더 이상 엄마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걸. 아마 엄마도 내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어디선가 마주쳐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게 틀림없어.]


꼬꼬가 거미의 몸통을 와그작와그작 씹으며 말했다. 맛은 없었지만 그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뚜기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난 아직 엄마를 기억하고 있어. 엄마는 온통 우유처럼 하얀색 털에 따듯한 우유처럼 달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지. 그리고 무언가를 내 귀에 속삭이곤 했어. 아, 그게 뭐였는지 기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런이런, 개는 너무 인간을 닮았다니까. 자의식이 과잉되어 있어.]


애쿠가 탄식을 하며 외쳤다.


[하지만 설마 엄마가 보고 싶은 건 아니겠지?]


꼬꼬가 다그치듯이 말하자 뚜기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꼭 그런 건 아니야.]


[이봐, 우린 자랑스러워해야 해. 우리는 세상 한가운데서 당당히 홀로 살아가고 있는 거야. 우리는 절대적으로 외롭고 또 절대적으로 자유로워. 그에 비하면 평생 엄마 젖도 떼지 못하는 인간은 얼마나 비루하고 구질구질한가 말이야.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인간보다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있어.]


애쿠가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러자 꼬꼬가 고개를 끄덕이며 봉고에게 말했다.


[기억하렴. 특히 고양이가 그렇단다.]


하지만 뚜기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독립적일까? 우리는 작가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잖아.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의지하듯이 말이야.]


그러자 모두들 침묵했다. 소리보다 침묵에 예민한 봉고는 깜짝 놀라 모두를 둘러보았다. 침묵이 너무 길어지자 애쿠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냐 아냐. 그건 달라. 작가와 우리와의 관계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거야. 에에, 말하자면, 그러니까, 일종의 비즈니스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지.]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뭐야?]


꼬꼬가 수줍게 물었다.


[음, '파트너'라는 거지.]


애쿠가 대답했다. 꼬꼬는 '파트너'라는 말의 뜻 역시 잘 알 수 없었지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작가가 우리에게 먹이를 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놀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잠을 재워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는 데도?]


뚜기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 그만큼 작가도 우리에게 얻는 게 있는 거지.]


애쿠가 말했다.


[그게 뭔데?]


뚜기가 물었다. 그러나 애쿠는 대답하지 못했다. 애쿠도 그게 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쿠가 막 대답을 얼버무리려던 그때 문이 세차게 열리더니 작가의 엄마가 씩씩거리며 거실로 뛰어나왔다. 그리고 개와 고양이들을 차갑게 째려보면서 무언가 욕지거리를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집을 나가버렸다. 뒤 따라 나온 작가는 현관문이 요란하게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울분을 토했다.




[정말 구질구질해.]


작가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봉고가 작가에게 다가가더니 낑낑거리며 작가를 타고 올라가 작가의 얼굴에 몸을 기대었다. 애쿠도, 꼬꼬도, 뚜기도 작가에게 다가가 바짝 몸을 붙였다. 그들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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