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뜰의 자연, 녹음이 가득한 뒤 뜰)
자연이 온 뒤뜰, 녹음이 가득히 찾아왔다. 푸르른 녹음만으로도 가득해 좋은데, 거기에 많은 꽃들을 가득 피워줬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하얀 찔레꽃이다. 조금은 추운 곳에 위치한 나의 보금자리는 언제나 게으른 꽃들의 잔치를 볼 수 있다. 이웃동네보다 서늘한 덕에, 언제나 꽃들이 움츠렸다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도 피어 있는 아카시 꽃이 생글거리고, 하얀 찔레꽃이 눈물겹게 아름답다. 봄에 만날 수 있는 벚꽃은 이웃에서 자취를 감출만하니 얼굴을 내밀었었다. 늦은 꽃이 미안한 듯 하나둘씩 피기 시작하면, 늦었으면 어떠랴 하는 생각인지 불쑥불쑥 꽃을 피워 반갑기만 하다. 키다리 벚꽃나무를 닮았는지 모든 꽃들이 느지감치 꽃을 피운다.
창문을 열고 바라보면 노란 애기똥풀이 만발했다. 어렸을 적엔 무슨 꽃인지 이름도 모르고 줄기를 꺾어 노란진색이 나오면 팔뚝에 도장을 찍곤 했다. 친구의 이마에도 찍어주며 장난을 쳤던 추억의 애기똥풀, 이름도 아기자기한 노란 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애기똥풀 위로 하얀 찔레꽃이 다복하게 꽃을 피웠다. 언제나 그리움과 추억을 주는 꽃이다. 대중가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찔레꽃, 백난아의 '찔레꽃'에서는 붉은 꽃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흰꽃으로 아름다움을 준다. 하얀 꽃으로 언덕을 환하게 비춰줌이 너무 고마워 아침저녁으로 바라보곤 하는 언덕이다. 바위취도 한몫을 한다.
봄이면 등장하는 취나물, 보통은 참취와 곰취가 가까이하는 나물이다. 뒤뜰에는 바위취가 가득하다. 앞뜰에 자리했던 바위취가 뒤뜰에도 자리를 잡았다. 커다란 바위를 가득 감싸고 있어 바위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등이초, 석하엽, 범의귀, 바위 나리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바위취는 주로 약용으로 이용되는데 벌써 봄을 만끽했는지 꽃을 피울 태세를 하고 있다. 조그마한 꽃잎에 하양과 약한 보랏빛으로 바위틈을 밝게 빛내줄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찾는 뒤뜰에는 더덕향이 가득하다. 지난해에 더덕을 가득 심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들러 씨 더덕을 구입에 수십 뿌리를 심어 놓았다. 작은 뿌리를 묻어 놓고 돌보지도 않았지만 푸르른 줄기가 기세 등등하다. 푸르게 나온 줄기가 기어오를 것만 있으면 기어올라 향긋함을 자랑한다. 언제나 향긋함을 주니 뿌리를 캐지 말고 그대로 둘 심산인데 간사한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는 없다. 더덕, 가덕(加德)으로 불리던 것이 ‘더할 가’의 ‘더’에 ‘덕’이 더해 더덕이라 했다고도 하고, 뿌리에 혹이 더덕더덕 붙었다 하여 더덕이라 했다고도 한다. 인삼과도 비슷하고 모래밭에서 잘 자라는 삼이라 하여 사삼(沙蔘)이라고도 하는데, 더덕은 잎이 4장이고 산삼은 잎이 5장으로 구분이 가능한 더덕이 한껏 냄새를 품어내고 있다.
커다란 벚나무 밑으로 머위가 한 자리 잡았다. 무엇이든 심기를 좋아하는 아내가 구해다 심어 놓은 것이 가득해진 것이다. 너무 그늘이라 염려했지만 끄떡하지 않고 뿌리를 내렸다. 이른 봄이면 작은 싹이 쌉쌀함을 안겨주는 멋진 봄나물이고, 기다란 줄기는 껍질을 벗겨 나물로 먹으면 일품인 봄나물이다. 언제 나왔는지 커다란 잎을 자랑하며 자손을 곳곳에 번식시켰다. 곳곳엔 취나물도 한몫을 한다. 텃밭에 심었던 참취와 곰취를 몇 포기 심어 놓았더니 갑자기 세를 불리고 잎을 넓혀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녹음 속엔 노란 꽃을 자랑하는 삼잎국화가 키를 불렸다. 언제나 껑충하도록 키를 불려 주체하지 못하는 꽃이다.
삼잎국화, 루드베키아 종인 삼잎국화는 잎사귀가 베를 짜는 삼잎을 닮았다 하여 삼잎국화라고 하는 꽃이다. 다복한 포기를 이루며 자라는 삼잎국화는 노랗게 꽃을 피워 아름다움을 준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키를 불려 꽃을 키움에 늘 미안한 생각을 갖게 한다. 적당한 키로 꽃을 피워도 되는 아름다움을 분에 넘치는 키로 꽃을 피워줌이 그렇다. 초봄에 어린싹을 나와 자라기 시작한 황겹매화, 언제 꽃을 피웠는지 노랗게 꽃을 피웠다. 우거진 잡초 속에서도 꿋꿋하게 매화라는 품위를 지키듯이 꽃을 피웠다. 삼잎국화꽃이 피며 황겹매화와 어울리는 듀엣이 된듯하지만, 그 사이에 달맞이 꽃이 참견을 할 것이다. 달맞이꽃, 너무나 번식력이 뛰어나다.
달맞이 꽃, 여기에 한 포기가 있었는가 했는데 저쪽에도 몇 포기 자리 잡았다. 생각지도 않는 곳에 우뚝우뚝 솟아 신기하기도 하다. 달맞이 꽃, 야래향(夜來香)이라고도 하는데 저녁까지 오므라들던 꽃이 밤이 되면 활짝 피기 때문에 ‘달맞이꽃’이라 하는 꽃이다. 요즈음에는 달맞이 기름이 몸에 좋다 하여 씨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많기도 한 달맞이 꽃이다. 자그마한 달맞이 꽃이 자리를 잡았더니 어느새 키를 불렸다. 더 여름이 익어가면 노란 달맞이 꽃이 여기저기에서 꽃을 필 것이다. 언제나 뒤뜰이라 소홀한 것 같지만 아침저녁으로 찾아가고, 돌봐주는 곳이다. 거기엔 두릅이 자리 잡아 사방을 경계하고 있으며 커다란 벚나무가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곳이다.
커다란 벚나무를 배경으로 두릅나무가 자리를 지키며, 갖가지 꽃이 계절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아름다운 봄이 익어 여름이 되면 덩달아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고, 갖가지 꽃들이 거들어 주면 어둑한 뒤뜰도 환한 여름잔치를 벌일 것이다. 오늘도 바위취는 바위에서 꽃을 피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머쓱한 곰취가 이리저리 잎을 흔들며 살펴보고 있다. 언제쯤 꽃을 피워야 이 여름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을까 하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곰취가 꽃을 피우면 달맞이꽃이 응답을 할 테고, 삼잎국화가 큼직한 키에서 꽃을 피울 때 향긋한 더덕향이 분위기를 맞추는 여름은 바로 올 것이다. 뒤뜰에서 벌어지는 계절의 잔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