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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Sep 06. 2021

마당 찾은 나비, 참 염치도 없다.

(나비가 뜰에 가득하다, 칠자화 나무에 앉은 나비)

봄부터 여름까지 마당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꽃들은 지고, 이제 남은 꽂은 꽃범의 꼬리와 칠자화만 남아 있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구절초가 한껏 꿈에 부풀어 있지만 아직은 이른 계절이다.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넉살 좋게 꽃을 피웠던 꽃범의 꼬리, 아직도 세력이 만만치 않다. 바람이 흔들면 범의 꼬리가 흔들리는 모습과 같다 하는 꽃범의 꼬리가 마당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이에 질세라 대문 옆을 우두커니 지키고 있는 나무가 있다. 칠자화 나무이다.


칠자화 (七子花, seven son flower), 인동과의 낙엽성 관목으로 중국의 고유종이다. 칠자화 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고 바람 그네를 탄다. 보잘것도 없는 듯 하지만 작은 꽃을 피워 가냘픈 꽃잎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칠자화 나무의 정체가 궁금하다. 풍요로운 삶을 영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기에 시골집에 이사 오면서 심어 놓은 나무이다. 무슨 뜻으로 칠자화라 했을까? 칠(七)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궁금하다. 칠자화의 꽃 모양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칠자화의 칠(七)은 꽃봉오리의 개수를 뜻하는데,  중앙 꽃봉오리와 주위에 핀 여섯 개의 꽃봉오리를 합한 숫자이다. 가운데 꽃봉오리를 중심으로 여섯 개의 꽃봉오리가 있다. 이렇게 7개의 꽃봉오리에서 꽃이 피는 것이다. 작지만 향기로운 하얀 꽃이 피어 있고, 흰꽃이 지고 나면 꽃받침이 커지면서 빨간색을 띠며 아름답게 장식해 주는 꽃이다. 빨간 꽃받침은 마치 2차로 핀 꽃과 같이 보이는 나무이다. 뜰에 남아 있는 꽃은 오직 두 가지밖에 없지만 꽃을 찾아오는 식구들은 늘 붐빈다. 아침, 저녁으로 찾아오는 나비가 으뜸 손님이다. 벌과 잠자리가 넘나들지만 나비의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비가 오나 맑은 날이나 끊임이 없다. 엊저녁에도 찾아온 검은 나비 한 쌍은 새벽부터 찾아왔다. 염치 불고하고 찾아온다. 꽃범의 꼬리에 앉아 무엇인가를 연신 빨아먹고 있다. 한 무더기의 꽃에서 빙빙 돌다, 마당 끝에 있는 꽃으로 옮겨간다. 연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간다. 한 마리가 날아가면 나머지도 어김없이 따라나선다. 한참을 앉아 꿀을 먹다 지루한가 보다. 하늘 속으로 날아간다. 한참의 푸른 하늘을 유영한 후 칠자화 나무로 옮겨간다. 여러 무리의 칠자화 꽃에서 마실을 오고 간다. 다른 나비와 다툼도 없이 골고루 오고 간다. 다시 지루한 모양이다. 천천히 여름과 가을을 가르는 시간이 흐른다.

다시 꽃범의 꼬리로 날아와 앉는다. 한쌍의 검은 나비가 오가더니 수많은 나비가 꽃을 찾았다. 나비들끼리 숨바꼭질을 한다. 수도 없이 많은 나비가 넘나 든다. 하늘을 오가는 나비가 형형색색을 이루고 있다. 작은 나비부터 큰 나비까지 아름다운 춤을 춘다. 무엇이 그렇게도 바쁠까? 한 쌍의 검은 나비는 마냥 행복한 몸짓이다. 하늘을 번갈아 날아 오른 후, 번갈아 아래로 유영한다. 한참을 바라봐도 연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하얀 나비들이 합류했다. 연신 같은 동작으로 꽃 주변을 배회한다. 나비는 왜 그리 꽃을 좋아할까? 불꽃 강기섭은 노래한다. 

나비는 달콤한 향기에 웃고 싶어서, 부드러운 마음으로 꽃에게 간다. 우선은 아름다움에 반했나 보다. 분홍과 하양이 적당히 섞인 꽃범의 꼬리, 연약한 듯한 흰색으로 꾸며진 칠자화 꽃이다. 어디서 누가 바라봐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아름다움에 반해 앉고 보니, 향긋함에 반하고 말았다. 분홍과 하양이 주는 색에 반했고, 은근히 풍겨주는 달콤함에 빠저 버렸다. 나비도 그렇게 반했나 보다. 한 번 앉아 취해보니 잊을 수가 없었나 보다. 하늘 높이 올라 생각해 보니 꽃 생각이 떠 오른다. 다시 찾아온 꽃이 꽃범의 꼬리요 칠자화였나 보다. 


한 동안 앉아 바라보는 나비의 유영은 넉넉한 자연 속의 행복한 춤이었다. 내일을 꿈꾸고 생각하는 춤이 아닌, 지금을 느끼며 살아가는 넉넉한 춤이었다. 분, 초를 다투는 인간의 삶과는 다른 유영이었다. 넉넉함에 여유가 있었고, 자유스럼 속에 질서가 있었다. 여름이 비켜가는 자리에 가을이 슬그머니 자리 잡으려 한다. 고즈넉한 시골집에 나비 떼들이 한 판의 춤을 추고 있다. 그 속에는 장마에도 끄떡없는 꽃범의 꼬리가 있었고, 가냘프지만 하양 꽃을 피운 칠자화가 있었다. 고즈넉한 시골집 뜨락에서 행복한 나비춤에 홀려 한동안 넋을 잃은 오후의 한 나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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