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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길을 걷는다는 것(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by 문객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되새기며

다시 한번 길의 의미를 묻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각자 걸어야 할 길이 있고

살펴야 할 동무가 있고

소망해야 할 대상이 있으나

그 길을 묵묵하게 오래도록 걷는다는 것은

더없이 힘들고 외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린 쉽게

타협하고

자신을 내려놓고

가야 할 길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걷고

만나선 안 될 사람임을 알면서도 만나고

소망해서는 안 됨을 알면서도

소망하게 됩니다.

그런 우리에게 한강 작가는 말합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그냥 일상대로 조용히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러한 마음이기에

그렇게 큰 상을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길은

우리의 빛이자 소망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입니다.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을 막상 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길을 잃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설 때 스스로 놀라게도 되지만, 먼 길을 우회해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의 기쁨은 큽니다. 저는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삼십년이 되는 해입니다. - 제 18회 포니 정 혁신상 수상소감 일부 (2024.10.17.)




큰 길을 가는 사람은

작은 길 속에 만나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에 품은 큰 그림을 봅니다.

그래서 그는 결국 큰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37. 한 길을 걷는다는 것.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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