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 이야기이다.
자주 가는 산책길 옆에는 오래된 박물관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익숙했고 몇 번 가봤기에 더 이상 발길을 끊었습니다.
“거긴 내가 잘 아는 곳이야.”
그렇게 몇 년 동안 발길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나는 그곳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근처에서 대기할 일이 생겼고 애매하게 남은 시간 동안 박물관에 잠시 들렀습니다.
그냥 시간 때우기였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조용한 전시실 안, 익숙했던 건물은 완전히 새로워져 있었습니다.
동선은 정갈했고 상설 전시와 특별 전시, 어린이 체험공간까지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나만 몰랐구나.”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살면서 종종 그런 기분이 듭니다.
세상은 이미 돌아가고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
“이번에도 늦었네” 익숙하다고 착각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들, 혹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이나 새로운 트렌드 같은 것들이 이미 변화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벌써 그 안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항상 뒤늦게 들어서죠. 그리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왜 나는 늘 한 박자 늦을까.” 그 생각이 은근히 속을 긁습니다.
질투와 아쉬움, 조용한 자책감이 뒤섞인 감정이 스며듭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아는 것보다 알았다고 믿는 것에 더 익숙했던 것 같습니다.
기억은 조각 나 있었고 시간은 흐른 만큼 많은 걸 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나 스스로 변하지 않을 거라고 착각했습니다.
전시실 한편에 있던 유물 하나를 오래 바라봤습니다.
익숙한 물건이었지만 설명을 읽는 순간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나는 그 앞에서 생각했습니다.
“역시... 기억이 나를 배신하는구나.”
그날 박물관을 나서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너무 모른다.
이미 아는 줄 알았던 것들을 다시 한번 세심히 들여다보는 일을 귀찮다고 넘기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시 보고, 다시 배우고, 다시 느끼는 일,
조용하고 느린 반복 속에서 삶을 새로 이해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나는 늦게 도착했지만 다음에 좀 더 일찍 천천히, 깊게 봐야겠습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삶이자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