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층 남자

by 리박 팔사

별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 이야기이다.


제1장 아침


오전, 굳게 닫힌 마음의 문만큼이나 무거운 엘리베이터 안

사람들은 각자의 스크린 속으로 시선을 두고 침묵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였습니다.

그때 8층 남자가 탔습니다.

그는 마치 정해진 의식처럼 안에 있던 어르신들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의 인사는 그저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수없이 무시당하고 때로는 어색함에 외면당했지라도 그는 매일 아침 자신의 작고 따뜻한 인사를 실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꾸준함에 굳어있던 몇몇의 표정이 풀리고 작은 목소리로 인사가 되돌아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강요가 아닌 잔잔한 파문으로 아침의 냉기를 조금씩 녹여냈습니다.


제2장 점심


점심시간, 그는 아파트 단지 벤치에서 아이와 친구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가장 소박하고 사소한 순간을 함께 나누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숨 쉬기조차 어려운 뜨거운 햇볕 아래였지만 그들의 얼굴에서는 진심 어린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의 행동은 타인의 시선이나 이득을 계산하지 않는 순수한 공유였습니다.

이는 관계의 피로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한 조용하지만 위로이자 반항처럼 보였습니다.


제3장 저녁


저녁이 되고 하루의 끝자락. 그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만나는 부모님께 “좋은 주말 보내세요.”라며 안부이자 덕담을 건넸습니다.

그 모습은 한 주를 잘 마무리하는 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 간의 교류마저 희미해지는 시대에 그의 꾸준한 안부는 관계의 본질을 지키려는 조용한 고집처럼 보였습니다.

그의 진심은 의례적인 인사를 넘어서 상대방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피어나게 하였습니다.


제4장 그의 하루


8층 남자의 하루는 거창한 사건 없이 흘러갔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강요하지도 자신의 선의를 알아달라고 생색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아침의 인사를 점심의 공유를 저녁의 덕담을 꾸준히 반복할 뿐입니다.

어쩌면 그의 이런 모습은 타인들의 시선 속에서 무의미하게 비칠 수 있습니다.

그의 꾸준함은 때로는 고집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묵묵히 그리고 진심으로 해내는 그의 태도에서 나는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그의 일상은 무심한 세상에 던지는 조용한 파문이었습니다.


제5장 결론: 8층 남자


8층 남자의 하루를 관찰하며 나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는 누군가에게 똑같이 되갚아주거나 부당함에 격렬히 맞서 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하여 이 냉혹하고 계산적인 세상에서도 선의와 온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8층 남자는 비관적인 예측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그는 감정적인 소모나 불필요한 다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에 자신의 가장 순수하고 기본적인 가치들을 매일의 삶 속에서 묵묵히 실천했습니다.

그저 평범한 행동들이었지만 그 꾸준함과 진심은 잊고 있던 인간미를 일깨우는 작은 무기가 되었습니다.


거창한 선언이나 승리 없이도 그저 자신의 삶을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 나갈 뿐이었습니다.

그의 삶 자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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