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도시계획이 원했던 삶이었을까?
신도시는 늘 조용했습니다.
지도 위에서 직선형 도로와 아파트 단지, 공원, 공공기관들이 완벽하게 그려졌습니다.
편리함, 안전함, 쾌적함 등 살기 좋은 곳의 모든 조건을 갖춘 완성형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도시의 새 건물과 교통망만으로는 도시다움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시는 시간이 만든다라는 말처럼 신도시는 3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서야 자기 얼굴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신도시의 첫 10년은 도시의 기능을 구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서울의 과밀을 해소하고 직장과 주거지를 빠르게 연결하기 위해 도시는 자동차 중심의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했습니다.
넓게 뻗은 도로를 열심히 만들었고 도시의 모든 것은 오직 빠른 연결을 위해 존재했습니다.
당시 신도시는 살기 좋은 집합 주거지 정도이고 아직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이 질서 정연했지만 정작 도시가 쌓아야 할 시간과 맥락은 비어있었습니다.
사람들을 담는 그릇은 있었으나 그 안의 이야기는 단조롭고 희미했습니다.
신도시가 20년 차에 들어서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민들이 정착하고 생활의 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도시의 초점은 잘 사는 것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공원을 순환하는 자전거 도로가 적극적으로 조성된 것은 이 시기의 상징이었습니다.
도시의 구조는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나무는 줄기를 굵게 만들었습니다.
카페와 식당은 주인이 두세 번씩 바뀌며 지역의 취향을 만들어갔고 교차로와 공원마다 작은 사건이 쌓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신도시는 서서히 다양성을 갖추면서 비로소 도시의 향기를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1기 신도시들이 30년의 문턱을 넘어서며 다른 안전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노후계획도시’ 등 정비사업도 요구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도시의 본질이 완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시기의 도시는 사람의 속도를 존중해야 합니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아닌 보행자를 중심으로 도시를 재설계하고 자연, 생태, 환경 등을 고려한 공원이나 쉼터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도시의 우연성을 회복하고 예측불가능한 재미를 불어넣어 줄 것입니다.
작은 나무가 숲을 이루어 풍경의 깊이를 만들었고 초기 세대와 돌아온 청년들이 섞이며 도시의 정체성이 단단해졌으며 학교와 공원, 상가에는 많은 사람의 기억과 경험이 쌓였습니다.
신도시는 이제야 살고 싶은 곳으로 변모하였습니다.
도시는 설계의 산물이 아니라 사람의 산물입니다.
도시가 도시다워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시간의 축척, 사람들이 남긴 경험, 예측할 수 없는 변화 등이며 30년이 지난 신도시는 비로소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라온 이 도시는 이제 더 이상 신도시가 아닙니다.
계획된 도시에서 살아온 도시로 전환되는 가장 도시다운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신도시는 3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