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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진 EUGENIA Oct 12. 2024

사랑 A: 똑똑, 안녕? 인사를 건네다

클래식 음악으로 사랑 읽기, 엘가: 사랑의 인사

 엘가: 사랑의 인사


엘사가 그랬던가요. 사랑은 열린 문이라고. 엘가(1857-1934)는 말했습니다. 그래도 인사는 하고 들어가야지. 이번 글은 동방예의지국이 좋아할 만한 제목을 가진 '사랑의 인사'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Sarah Chang 이 연주하는 엘가 Elgar: 사랑의 인사 Salut d'amour




시답지 않은 농담으로 두 번째 글의 서두를 열어봤습니다만 사랑의 인사, 너무나도 유명한 선율이지요. 사랑은 열린 문, 예고도 없이 들어가는 것 - suddenly i bumped into you -이라고 말했던 겨울왕국 OST와는 다르게, 이 음악을 들으면 사랑이 살며시 눈인사를 건네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다들 알잖아요? 눈 맞는다는 표현, 무언가에 관심이 있을 때 반짝이는 그 눈망울.


사랑을 정의하는 음악가들의 다양한 견해가 여기서도 엿보입니다. 음악가뿐만 아니라 실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개인마다의 성향과 환경에 따라,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선호하는 방법이 다 다르니까요.


때문에 사랑을 정의하는 방식은 학자들의 오랜 논쟁이기도 합니다. 책 「나는 왜 사랑을 하는가」의 저자이자 UC버클리의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리코는 "사랑은 감정이기보다 자신이 존재하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사랑을 하는 연애에서 주고받는 그 모든 일들이 우리가 자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하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죠. 이러한 통찰은 인간의 존재가 사랑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데이비드 리코는 "삶 속에서 건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대체로 5A, 관심 Attention, 수용 Acceptance, 인정 Apreciation, 애정 Affection, 허용 Allowance을 겪게 된다"라고 하였는데요. 이에 비추어 볼 때 엘가의 '사랑의 인사'는 어떤 A를 담고 있을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어쩌면 엘가의 사랑에서 이 모든 5A 일 수도 있겠지만, 엘가에게 가장 어렵고 조심스러웠던 A는 또 다른 A, 조심스러운 다가섬과 건네는 안녕의 의미를 담은 Approach 아니었을까요?


음악사적으로 살펴보아도 확실히 엘가는 사랑에게 똑똑, 인사를 건넬 만한 아주 조심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이러한 엘가의 성정은 수수께끼 변주곡과 일기장 속 암호, 캐롤라인과의 사랑 이야기에서 드러납니다. 엘가는 수수께끼 변주곡 속에 심어 놓은 음악 퀴즈가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의견이 분분할 만큼, 비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요. 게다가 자신의 일기장에서 마저도 암호를 적어놓았을 정도이니, 알만하지요. 사랑에 관하여서도 살며시 어렵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그럴듯하다 느껴집니다.


본 곡의 헌정을 받았으며, 일 년 후 엘가의 부인이 되는 캐롤라인과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엘가는 자신의 제자인 데다가 귀족의 신분을 가진 캐롤라인과 아주 조심스럽게 사랑을 시작했거든요. 자신의 제자인 데다가, 육군 간부의 딸이자 귀족의 신분을 가진 여성이고, 또 개신교를 믿었던 그녀와 달리, 엘가는 평민 출신의 가톨릭 신자로 그녀와 달라 초라한 모습이라 느꼈을 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엘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가 그저 철 모르는 명량함으로만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도 사랑에 관하여서는 조심스러운 성향이어서 그런지 엘가의 음악이 참 좋아요,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할래요, 용기 내 볼래요~!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하고 계신가요,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의 사랑에 인사를 건네보며, 사랑의 안녕을 기원하며 이만 안녕히.



☁️ 삶울림 lifecho____: 데이비드 리코의 5A

l 음악가들의 수많은 사랑 노래에서 엿볼 수 있듯, 사랑하는 방식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걸. 그 모든 삶에 사랑 A, 안녕을 기원하며.  





- 추천 음반/연주

- 바이올리니스트 Sarah Chang 사라 장 님의 연주 영상,

    Elgar: Salut d'amour, Op. 12 (클래식 오디세이, E568,  2012)

https://www.youtube.com/watch?v=SXLOF-z5Zlk

pp(피아니시모, 매우 여리게)와 ff(포르티시모, 아주 세게)까지의 연결이 매끄럽고도 격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곡 속 사랑의 낭만을 극대화시킨 해석.


-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님의 연주 음반,

[ Con Amore ] - 'Elgar: Salut D'amour, Op. 12' (Universal Music Group, 1897)

https://www.youtube.com/watch?v=5gvtRRsv4Kg

나아가다 물러나다를 반복하면서도 격정을 향해, 조심스럽게 서서히 점진적으로 쌓여가는 서정적이고 조심스러운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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