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 뭐야 7시네

아내의 배려

by 아빠 민구



입 안에 입병과 혓바늘이 돋았다. 2주 가까이 2~3시간씩 자면서 육아를 하다 보니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때마침 재발한 목디스크와 지속되는 수면부족, 정신없이 이어지는 하루하루는 기력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고작 20킬로 정도인 첫째 둘째 아이들을 들거나 목마 태우는 데에도 신음소리가 삐져나왔다.


나이가 먹어서 그렇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이제 겨우 35살인데 벌써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운동을 못하고 지낸 지 꽤 오래되었고 근력도 감소하고 배는 나오고 잠은 못 자고 하는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뿐이지, 나이는.. 나이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사람의 적응력이라는 게 놀라워서인지 이런 생활도 나름 버틸만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전 시간이 정말 너무 피곤했는데- 요즘은 그냥저냥 버틸만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여하튼. 어제도 하루를 '고-되게 보내고' 첫째 둘째를 재우러 들어가서 나도 한 30분 자다 나오려 했는데- 셋째 넷째가 동시에 젖 달라고 울기 시작했다. 첫째 둘째 아이에게는 기다려달라고 하고 아내와 한 명씩 맡아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피곤했던 첫째는 잠이 들어버렸고, 반대로 둘째는 잠이 깨 버렸다. 꼼짝없이 30분 이상은 젖병을 들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둘째의 취침시간은 계속 늦어지고 있었다. 마침 아내의 수유가 먼저 끝났고, 나는 아내에게 아이들 재우라며 침실로 들여보냈다.


거실에 남아 셋째 넷째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소파에 기대 좀 쉬려고 했으나, 아이들은 급성장기인지 쉬지 않고 끙끙거리거나 울어댔고 정말 단 5분을 앉을 틈 없이 아이들을 돌보았다. 나름 분주해서인지 시간은 슝슝 잘도 갔다.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마침 아내에게도 "매일 새벽 4시까진 내가 맡을게, 그때 교대하자"라고 말해놓은 것도 있고 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재발한 목디스크가 뻐근-하게 몰려왔고 통증이 뒤통수에서 어깨까지 널뛰었다.


그러던 차, 아내가 나와서 잠시 눈 좀 붙이고 오라고 강권했다. 그렇게 침대에 머리는 댔다 눈을 떠보니 창으로 아침 해가 들어오고 있었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벼 시계를 보니 시간은 06시 50분이었다. 깜짝 놀라 아내를 찾으니 아내는 이미 집안일이며 아침식사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 뭐야 7시네. 안 깨웠어"

"피곤해 보여서 좀 자라고 안 깨웠어"


매일 네 시까지 맡아서 하겠다고 큰소리쳤는데, 밤을 꼴딱 새운 아내를 보니 민망함과 미안함이 몰려왔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고마움과 감동의 마음이 다시 한번 몰려왔다.


덕분인지 머리가 맑았다. 날씨도 맑았다. 힘들어도 서로를 한 번이라도 더 배려해주는 마음에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 참 잘 만났다고 생각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