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말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을 하고 싶었다. 경제적인 독립이든, 정신적인 독립이든.
사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것도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엄마랑 할머니 그리고 미디어에서는 항상 이렇게 말하니까.
'지금 네가 자는 곳은 부모님 집이고, 먹는 음식은 부모님 돈으로 산 거야. 그러니까 부모님 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니?'
아니, 나는 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이런 말을 하면 패륜아 취급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진심으로,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걸? 내 의지로 시작한 삶도 아닌데 나를 태어나게 한 사람한테 나를 태어나게 했다는 이유로 별로 감사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내가 굶지 않고 살고 있는 것에는 감사하지만 태어나지 않았다면 굶을 걱정까지는 하지 않았겠지.
불평은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자. 하여튼 스무 살이 되자마자 대학을 가는 대신 회사를 갔다. 근데 중소기업에서 이백도 안 되는 월급을 가지고 한국에서 사는 것. 그리고 10년 뒤에도 내 옆에 일하는 과장님처럼 일하는 삶.(물론 나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장님을 아주 존경했다.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보는 일을 싫어했을 뿐.)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기로 했다. 스물한 살에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아주 개고생을 했다. 할 얘기가 산더미..), 스물두 살에는 제주도에서 1년. 코로나가 끝난 후에는 라오스에서 한국어 선생님으로 1년 동안 봉사하다가, 동남아 여행으로 3개월 살기를 하고 독일에서 6개월 동안 공부하다가 미국에서 3개월 동안 놀았다. 그렇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 지금은 여기, 홍성에서 유기농법을 배우며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역마가 가득 낀 나의 삶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물어본다.
우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어요?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았어요.
그렇다.. 나는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았다. 어쩌면 책임 없는 쾌락을 즐긴 것일지도 모른다.
'책임 없는'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스무 살 이후로 나는 경제적으로 자립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집은 없다. 떠돌이 생활이지만 (그리고 엄마는 내가 집을 갖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제적으로 독립했다고 인정해주지 않고 있지만..) 아직 나는 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의 삶에 대해서 자꾸 물어보길래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한국인 중에서 이렇게 사는 사람.. 요즘은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흔치 않잖아?
수도권에서만 20년 살 때는 거기에 사는 사람들만 보게 되었었다.
그러니까 내 미래는 자꾸 서울 안에만 갇혀 있게 되었다. 특히나 서울에서는 대기업에 가거나 공무원이 되는 것, 그 두개로 사람들이 욕구하는 미래가 획일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행복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려웠다.
근데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삶을 살기는 싫었다.
"누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사니?! 사람들 다~ 하기 싫은 거 하면서 참으면서 살어!"
할머니가 매일 하는 이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할머니는 내 삶이 부럽다며 나같이 살고 싶으시다고 하신다.
그래서 지금 서울에서 아등바등 사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안 살아도 된다고. 조금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 방법이 있다고.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생각하는 가치관이 이 글을 쓰는 사람과 맞지 않으면 딱히 이 글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참고로 명품을 예쁜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바다, 요가, 그림 그리기를 사랑하는 명예욕 없는 그런 사람이다. 사람들과 연결되는 감각을 사랑하며, 아이와 동물을 사랑한다. 여행을 좋아하고 자연을 아끼고 싶어 한다.
그냥 한마디로, '무해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랄까?
아무튼 당신도 그런 사람이라면 앞으로 내가 쓸 글을 읽도록.
더 나아가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PS. 부디 내가 이 글을 계속 써나가길 바라며..
+연재를 하기로 결정하며 이 글을 계속 써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미 연재한 것들을 순차적으로 올릴 예정이며 예전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캡쳐해놓고 보관해놓고 있습니다.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