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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Mar 14. 2024

초1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하는 마음

  나는 이십 대에 결혼해 두 아이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첫째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지금 아직도 친한 친구들의 절반은 미혼이고, 기혼인 친구의 절반은 아이가 없다. 

  아이 없이 자유롭게 즐기고 자기 역량을 펼쳐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엄마가 되기로 한 내 선택을 자주 되돌아봤다. 다시 시간을 돌려도 아이를 낳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이십 대'에 결혼해 아이를 낳은 것이 잘한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아이 없는 친구들이 각자의 삶을 자기답게 멋지게 꾸려나갈 때 나는 내 물리적인 몸과 시간과 에너지가 아이들에게 묶여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 둘을 갖고 키운 지난 7년의 시간 동안 나 자신이 정체되어 있다고 느꼈다. 

  작년 하반기부터 첫째 딸 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육아휴직을 고민했다. 아이 둘을 출산하며 이미 두 차례 육아휴직을 썼고, 고등학교 교사로 고3 담임을 연달아 맡으며 일도 점점 익숙해지고 재미를 붙여가던 차였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둘째도 유치원에 입학하기에 내가 퇴근할 때까지 첫째는 학원을 가고 둘째는 종일반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제 첫째 학원비와 둘째 유치원비도 내야 하는데 오히려 일을 계속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동안 씩씩하게 기관생활을 해온 아이들이라 새로운 기관에 적응하는 것을 크게 힘들어하지 않을 것 같았다. 육아휴직을 한 다면 한 학기만 해야 할지, 일 년을 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결정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선생님들 중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이 높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심리치료를 받는 등 힘들어하는 시간이 오래가는 경우를 몇 명 보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아이들의 학교 입학이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 딸 봄이는 씩씩하니까 괜찮겠지 생각하던 차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봄이가 약간의 강박 증세를 보였다. 집에서도 십 분마다 화장실을 가며 빈뇨증 증세를 보였다. 그리고 자기 전에 "엄마, 나 학교 가는 거 무서워"라며 학교도 가기 전부터 많이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봄이가 흔들리기 시작하니 경제적인 문제고 경력의 문제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졌다. 그저 내 딸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내가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만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결국 1학기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당연히 1년을 통째로 옆에 있어주면 좋겠지만 만기되는 적금이 딱 6개월치 내 월급과 같았다. 반년이면 충분하다는 선배 선생님들의 조언에 힘입어 한 학기 육아휴직서를 제출했다.


  막상 육아휴직을 결정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그 휴직기간 책도 쓰고 운동도 하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워나갈 계획들을 마음속에 세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 작년 육아휴직을 한 친구에게 '초1 육아휴직을 해서 제일 좋았던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친구는 '하교하는 아이 손을 잡고 종알종알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이라고 대답했다. 친구의 말에 아차 싶었다. 내가 육아휴직을 하는 분명한 목적.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딸 봄이와 처음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들 가을이에게 '엄마가 너의 옆에 함께 있어'하며 마음의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자꾸 어떤 객관적인 성취로 나 자신을 증명하려고 한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그럴듯한 성취들. 그런데 나라는 사람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낳은 두 아이들에게 내가 따듯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되어주는 것이다. 좋은 수업을 하는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좋은 글을 쓰는 좋은 작가가 되는 것 등등 내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많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장 내가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다. 짧은 휴직 기간 동안 처음 학교라는 새로운 사회에 들어서는 내 아이 옆에 더 오랜 시간 든든하게 있어줄 수 있다면 그 시간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삶이란 무엇일까. 교육학에서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을 통한 사랑과 존경을 추구하는 존재라는데... 가정, 일, 건강, 경제, 신앙 그 모든 면에서 지혜롭게 삶을 누리고 싶다. 

  아이 엄마인 내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가치 있는지는 본인만이 안다. 엄마로서의 내 삶에 자부심 갖고 내 열매들 소중히 여기며 내 삶을 가꾸어나가자. 반 년간의 육아휴직 기간이 엄마인 나와 내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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