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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0%에서 시작하는 100일 챌린지

100일 챌린지_Day 1

by 윤소희

며칠째 무기력과 마주하고 있다.


한바탕 북토크와 책 홍보를 마치고, 드디어 내 글을 쓸 시간이 생겼건만, 그 여유 앞에서 나는 막막했다. 하루 한 권 이상 책을 읽으며 읽기로 도피하고, 식구들을 위해 세 끼 밥상을 차리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쉼 없이 움직였지만, 정작 나는 한 자도 쓰지 못했다.


물론 SNS나 단톡방에 올릴 글을 매일 쓴다. 하지만 그것들은 마음이 아닌 반사신경으로 찍어낸 문자일 뿐. 공장에서 찍어낸 통조림 같다. 단어를 고르고, 사유하고, 문장을 사랑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점점 지쳐가고, 나를 좋아할 수 없게 되어 갔다.


그러던 중 『#100일챌린지』라는 책을 만났다.


WechatIMG9763.jpg #100일챌린지


AI를 모르고선 도태될 것 같아 이것저것 관련 서적들을 사 모으던 중, ‘싫은 일은 안 하고 싶은 선택적 게을러들에게 Z세대가 전하는 챗GPT와 함께한 성장 이야기’라는 헤드라인에 눈이 멈췄다. 저자는 별 생각 없이 100일 동안 챗GPT의 도움을 받아 매일 작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공부도 대충, 출석도 대충이던 학생이 100일 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


“심심한데, 한번 해볼까?”

그 무심한 시작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이 이야기에서 이상한 위로를 받았다. 거창한 꿈이나 목표가 아닌, ‘그냥 한번 해보자’는 가벼운 시작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그 가벼움이 결국 단단한 지속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말이다.


나도,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챌린지를.

이탈리아어 챌린지나, 프로그래밍 챌린지도 생각해봤지만, 결국 나에게 가장 절실한 건 글쓰기였다. 첫 소설을 출간하고 난 후, 나는 소설과 소설 사이 침묵에 갇혔다. 더구나 이제는 AI까지 소설을 쓰는 시대. 이 경쟁 속에서 펜을 꺾어야 하나, 무력감만 더해졌다.


다시 기억해냈다. 처음 새벽 세 시에 살금살금 일어나 식구들 몰래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를. 그때 나는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책을 많이 팔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다음 문장이 궁금했고, 캐릭터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 싶었다. 글 쓰는 시간 자체가 기쁨이었다. 첫사랑을 회복하고 싶었다.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쓰지 못하는 무력감조차 글로 써보자고 다짐하면서. 잘 쓰지 않아도 좋다. 아무말이라도 괜찮다. 멈췄던 호흡을 다시 찾아 보자. 100일 동안 매일, 나의 글을 써보려 한다.

첫사랑을 되찾기 위한 작고 조용한 여정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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