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챌린지_Day 87
글을 쓸 때마다 저울 앞에 선다. 문장을 한 줄 더 붙일까, 지울까. 이 마음을 드러낼까, 숨길까. 이 모든 질문이 결국 ‘계속 쓸 것인가, 멈출 것인가’의 저울 위에 놓인다.
요즘, 나는 자주 저울 앞에 선다. 눈금은 늘 0에 가깝고, 양쪽 접시에는 무게를 잴 수 없는 것들이 놓여 있다. 계속할까, 그만둘까. 남을까, 떠날까. 쓸까, 멈출까.
이 모든 질문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기에, 저울은 하루에도 수십 번 흔들린다.
몇 년 동안 애정을 쏟아온 단체를 떠날까 고민한다. 문득 그곳에서 환하게 웃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웃음 사이에는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그림자가 있었다. 몇 년 동안 이어온 독서 모임을 정리하려고 하니, 함께 책을 읽던 벗의 출간 소식이 들려온다. 사람들은 점점 책에서 멀어지고, 천 권이 넘은 나눔은 어느새 광야에서 외치는 메아리처럼 흩어진다.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으면 — 책 나눔을 받은 누군가가 조용히 메시지를 보낸다.
“작가님 덕분에 난생처음 아침 독서를 해요.”
미소, 소식, 메시지 하나가 저울의 눈금을 0.000001그램만큼 삶 쪽으로 움직인다. 다시, 저울은 흔들린다.
햄릿의 질문 — “죽느냐, 사느냐”는 어쩌면 “쓸까, 멈출까”와 다르지 않다. 글을 쓴다는 건, 살아 있는 동안 수없이 맞닥뜨리는 내적 결투의 장이다. 나는 그 결투를 피하지 못한다. 단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번 마음속에서 죽고, 다시 살아난다.
며칠 전, 삶의 무게를 글로 견뎠던 한 작가의 부재 소식을 들었다. 그의 문장은 많은 이들을 위로했지만, 결국 그 자신은 저울을 반대편으로 기울였다. 삶의 편으로 조금 더 기울던 저울이 왜 그리로 향했을까. 그에게 글쓰기는 삶과 죽음 사이의 눈금이었을 것이다.
결국 저울을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결심이 아니다. 한 문장 더 써보려는 마음, 누군가에게 닿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기대, 그 0.000001그램의 온기다. 삶은 거대한 확신이 아니라 매일의 글쓰기 속에서 겨우 버텨내는 미세한 흔들림이다.
나는 오늘도 저울 앞에 선다. 문장의 무게를 달고, 마음의 방향을 정하며. 흔들림은 불안이 아니라, 글을 쓰는 자의 생의 증거다.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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