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중국 격리 후기들을 보고
아이들과 셋이 한 달 여행을 다닐 때도 4~7일 용이라는 24인치 캐리어 2개면 족했다. 그보다 많은 짐을 들고 여행을 해본 적은 없다.
그랬던 내가 24인치 캐리어 3개에 그 위에 얹어서 들고 갈 수 있는 폴딩백 3개를 추가해 짐을 그득 채웠다. 2주간의 격리를 위한 짐이 한 달 여행을 위한 짐의 2,3 배 정도가 되는 셈이다.
우리는 칭다오에서 2주간 격리를 하고 베이징으로 들어간다. 수도인 베이징으로 직접 들어가는 직항 노선을 막아 놔서 다른 도시에서 격리를 마치고 격리 해제 증명서를 발급받아야만 베이징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격리 장소가 자기 집이거나, 최소한 자기가 선택한 숙소라도 되면 좋으련만. 무작위로 배정되는 숙소라, 어떤 숙소가 배정되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된다. 격리 후기들을 읽다 보니, 5 스타 호텔부터 하루 숙박비만 원도 안 되는 싸구려 여인숙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숙소가 있었다. 5 스타 호텔에서 많은 걸 누리고 편하게 격리되었던 사람들은 마지막에 숙박비 폭탄을 맞았고, 싸구려 숙소에 들어간 사람들은 첫날부터 바퀴벌레, 진드기 등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어떤 숙소에 격리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짐을 쌀 수밖에 없다. 혼자 가는 거라면 2주쯤 다이어트라도 해볼까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한 끼도 굶지 못하면서),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니 그럴 수 없었다. 결국 그동안 여행 중 단 한 번도 싸 보지 않은 것들을 짐에 넣기 시작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형편없다는 후기가 많다
공항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갈 때까지 몹시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
한 입에 쏙 넣어 먹을 수 있는 간식 - 미니 에너지바, 젤리, 미니 소시지 등. 비행기 안에서 음식 제공 안 하고, 내린 후에도 숙소에 들어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그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핸드 캐리 해야 한다.
간편 음식들 - 컵라면, 덮밥류 소스, 컵밥 소스만 따로, 참치, 볶은 김치, 볶은고추장, 김 등. 숙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형편없을 경우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휴대용 전기 포트 - ‘호텔에서 전기포트 절대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 등에 관한 많은 포스팅이 있다. 2주간 커피나 차, 컵라면 등을 먹으려면 꼭 필요하다
휴대용 컵, 그릇
숙소가 몹시 불결하다는 후기가 많다
“아이 집먼지 알레르기 있으면 알레르기 약 꼭 챙겨 와요. 먼지가 너무 많아.”
“진드기 스프레이 있으면 챙겨 와요. 자꾸 가려워요.”
물티슈와 부직포 행주 - 더러운 곳곳을 닦을 물티슈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물티슈만으로는 부족하니 걸레로 사용할 가벼운 부직포 행주를 준비해야 한다.
슬리퍼 - 카펫, 화장실 더럽고 청소가 잘 안 되어 있어 숙소 내에서 신을 슬리퍼나 덧버선 등이 필요하다
돗자리 - 식사를 할 만한 곳도 없어 깨끗한 돗자리를 가져오라는 격리 선배의 조언이 있었다.
격리 중 아플 경우 마음대로 치료를 받기 힘들다
“자꾸 두통이 와서 벌써 타이레놀 두 번 먹었어요. 유산균도 많이 가져와요.”
“알레르기 때문에 어제 병원에 실려간 사람도 있었어요."
귀 체온계 - 매일 두 번씩 체온을 재서 보고해야 하는데, 나눠 주는 수은 체온계 측정이 힘들고 부정확하다고 한다.
각종 비타민과 영양제, 특히 유산균 - 2주 간 운동량이 급격히 줄기에 식욕도 떨어져 잘 먹지 못하고, 배변도 힘들다고 한다.
감기약, 두통약, 소화제, 피부연고 등
타월 - 2주 동안 타월을 2장만 제공한다는 후기가 대부분.
세탁 세제 - 2주 동안 세탁 없이 입을 만큼의 옷을 다 가져가기 힘드니, 간단히 세탁할 수 있는 세제가 필요하다
세탁소 옷걸이 - 세탁한 옷이나 타월을 말리기 위해 필요하다
USB 선풍기 - 에어컨을 틀 수 없게 하는 숙소에 대한 후기가 많다. 9월이라 조금 선선해지기는 했으나 낮에는 여전히 덥다.
격리를 위해 어떤 숙소가 배정될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이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