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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3. 내 특기는 긍정

해맑은 긍정을 버리다

by 테라

나는 참.. 긍정적이다

꾸준히 질리도록 긍정적이다.

사람이든 상황이든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을 먼저 보는 타입이다.

이런 나의 긍정적인 성향이 참 좋았다가도 나조차도 질리는 시절이 있었다.


나의 긍정은 미래지향적이다

학창 시절부터 내 긍정은 ‘늦었다‘라는 인식이 잘 없었다.

어떤 것을 새로 시작함에 있어서 ‘지금 이거 배워봤자 뭐 해.. 내 나이에 배우기엔 너무 늦었잖아.. 해봤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무 느리고 부족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작년부터 내 삶에 들어온 러닝을 두고 이야기하면

’오~ 내가 이걸 45세에 시작했으니 앞으로 2년 정도 꾸준히 하면 나는 47세에는 풀코스를 뛰는 멋쟁이 40대이겠는걸? 그럼 막 50대에도 뛰고 60대에 뛰고 그렇게 되는 건가? 근력운동도 좀만 하고 그렇게 되면 엄청 멋지겠다‘ 등의 상상이 뻗어가는 타입이다


좋은 성향이다. 나도 좋아했고 너무 싫어졌었지만 현재 다시 애정한다.

이렇게만 말하면 칭찬할만한 성격이고 꽤 오랫 시간 동안 나에게도 자랑이었던 나의 성격이었지만 지난 8년간의 인생 망함 롤러코스터 때는 그리 좋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불구덩이로 더 몰아넣은 게 이 성격 탓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2017년에 내 인생에 일어났던 사기, 배신, 가난, 불화, 법적분쟁 등 험악한 키워드들이 등장하는 사건들은 초긍정적인 성격의 나에게 가까운 미래조차도 꿈꿀 수가 없게 만들었다

앞날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기대하기 힘들었고 잠시도 웃을 수도 없이 흘러갔던 이후 약 2년 정도의 시간은 나를 계속 침울하고 비관적으로만 지내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둘째 임신출산으로 인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찾아온 우울증도 있었던 것 같다.

주변에 기댈 사람이라고는 없고,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비난과 두려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는 빚들에 대한 압박 등

나 혼자 이겨내기엔 생전 처음 겪는 너무 무서운 일들이 많았던 격동의 시간이라 30대까지 길러왔던 상황대처능력과 긍정파워가 싸그리 사라진 거 같았다


때리면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맞고 마는 무기력한 상태로 살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돈을 벌어야겠다고 다시금 자각하고 몸을 일으키는 시기가 왔다.

그 당시 나에게 따져 묻는 이들도 많았다.

모든 일이 내 탓인 양 굴며 나를 닦달하며 쫓아다니던 빚쟁이들이 내 전후사정은 전혀 고려치 않고 왜 일해서 해결하지 않냐, 돈을 안 갚냐라는 식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그 시간 속의 나는 임신 중이었고, 막 출산을 했으며, 무엇보다 원래 하던 일의 영역에서 뭔가 다시 시작하기에는 나도 사기당한 피해자로서 경력이 망가져버린.. 그저 경단녀였다

돈을 안 버는 게 아니라 못 버는 무능력의 상태였던 거다

나에게 다그치는 그들은 과거의 나는 무시하고 비난하면서 현재의 나는 과대평가했다

그동안의 경력을 한 순간에 잃어버리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내가 다시 나가서 돈을 벌어봤자 갓난쟁이 애를 눈물로 떼어놓고 할 일은 시간당 페이를 받는 육체노동일 거고 그나마도 일할 수 있는 시간에서 고작 버는 게 50만 원도 안 되는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이때도 지금 아는 것처럼 온라인세계를 알았다면 난 온라인부업부터 차곡차곡 시작했을 텐데 그 당시 나는 온라인의 세상을 전혀 몰랐다)

더 심각한 건 당시 우리 집의 경제상황이 내가 만약 그렇게 나가 일을 했더라도 생활비도 제대로 충당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취업이 아닌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부터가 내가 한동안 질려버린 긍정의 포인트이다)


그냥 일반 직장인이 되기엔 나의 가진 경력이 너무 매칭이 안되고 미미했고, 그렇게 직장인이 되어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생활비도 충분하지 않고 빚청산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생활비도 벌고, 빚도 청산하고, 내 인생을 되찾아오려면 사업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사업을 해서 생활비도 벌고, 빚도 청산하고, 인생도 되찾다니.. 긍정이 끝도 없다

사업으로 그렇게 되기까지가 얼마나 힘든 건지를 그 뒤로 계속 몸으로 겪어서 알게 되었다


2019년에 온라인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돈이 없으니 유료강의는 어렵지만 그 당시 십만 스스 대군을 일으켰던 신사임당님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었다.

안개 같은 시간이었다

빚에 쫓기고 육아에 시달리며 전혀 모르는 영역에 도전을 하니 발전이 더디고 이해가 느렸다. 그리고 초조했다.

그럼에도 어찌어찌 잠시 터지는 제품을 만난 게 2020년 여름이었다

한때 쿠팡에서 주문이 800건이 넘게 하루에 나갈 정도였다(매출은 화려했지만 마진은 적었다)

이렇게 약간의 숨 쉴 공간이 생기니 나의 긍정력이 발동해서 이 상황에서 하나가 더 해졌다.

바로 애증의 부동산….


2020년의 나는 내가 똑똑한 줄 알았다

2025년에 와서 과거의 나를 복기하니.. 나는 정말 순진하고 멍청했다.

2017년에 사기를 당하고 망하면서 그 어떤 희망도 없던 시절 2014~2016년에 사둔 아파트들이 2017년이 지나서 부동산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나락에 빠져 지낸 2017~2019년의 나를 죽지 않게 해 준 밑거름이 되었다

(이 부분도 이야기를 자세히 써내려 가면 우여곡절이 책한권이다. 부동산이 나에게 자산으로 남은 건 아니다. 이걸로 그나마의 일부의 빚청산이 가능했다는 거다)

무엇보다 이 시간 동안의 부동산 경험은 나에게 희망이라는 씨앗을 심어주었다

‘역시.. 나는 감이 있어.. 이렇게 부동산으로 일어나는 거구나.. 그래.. 나는 금방 재기하게 될 거야’하는 꿈을 꾸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 호기롭게 시작한 부동산공부와 투자들은 안타깝게도 그로부터 2년 뒤 나와 내 가족을 더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혹시 예전에 했던 [내 딸 서영이]라는 드라마 아는가?

나는 그 시절 마치.. [내 딸 서영이]에서 정신 못 차린 서영이아버지 같았다

‘이번 일만 잘하면 너희들 호강시켜 줄 수 있어~ ’라고 큰소리치며 안 그래도 힘든 아내와 자식을 더 더 구렁텅이로 넣는… 그런 캐릭터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20대 대학시절 학교수업도, 학원도, 알바도 모든 것에 열심이던 나에게 대학동기가 ‘너는 내 딸 서영이의 서영이 같아’라며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던 기억이 있어서 더 이런 생각이 든 것 같았다.

30대에 사기를 당한 뒤의 나는 내 딴에는 한다고 하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가족을 힘들게 만드는 서영이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부동산을 두고 가졌던 나의 꿈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내 가족을 더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고문을 반복하는 동안 나는 내 긍정적인 성격에 너무 질려버렸다


‘왜 나는 자꾸 무언가에 도전하는 거지?’

‘제발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냥 어떤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거야!’

이런 비난을 스스로에게 계속 쏟아부었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내 긍정과 도전의식에 질려버렸었다

그리고 또 깨달았다

사람 절대 안 변한다는 것을

그뒤로 2년 정도 지나니.. 나는 또 또 무언가에 도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조금 달라진 긍정이었다.

예전의 나의 긍정은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한 3년 뒤쯤엔 무언가 지금보다 나아질 거야’ 이런 식의 상상을 기반으로 했다

현재보다 더 대단해질 나를 기대하면서 했던 것 같다.


2020년 이후의 내 긍정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다는 반드시 나아. 이거라도 해야 더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 거야’라는 식의 생존형 긍정이었다. 일단 멋져짐을 가정하지 않고 생존과 버텨냄을 베이스로 가정한다.


2022년에 부동산과 대출이라는 키워드와 삶이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시절은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하루가 멀다 하고 금리가 올라가던 시절이었다

2023년 나는 매출이 뚝 떨어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점점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시작한 오전 샌드위치가게 아르바이트, 그거로는 정말 택도 없다는 걸 알아채고 매장시간이 끝나고 새벽에 동대문에 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뭔가 희망이 있어서 무언가를 더 하기 시작했던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가진 체력과 시간을 써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그러다 안되겠어서 다시 온라인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체력과 시간만 써서는 해결되는 상황정도가 아니란걸 뼈아프게 인정하고 다시 긍정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했던 결정이었다

사업을 해서 내 인생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라는 모드가 다시 발동되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온라인사업이었다

다시 시작한 2023년 9월, 첫달 매출은 100만 원이 안되었다

그래도 계속했다

그걸 할 수 있도록 수입의 안정화를 위해 미련 떨고 있던 오프매장, 육아에 대한 많은 부분을 내려놓고 집 근처에 직장을 가졌다

제품을 1688에서 사입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이트 가입은 어떻게 하는지, 구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몰랐다.

그러던 내가 그해 12월 월매출 3,000만 원을 넘겼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다시 12월

나는 월매출 1억을 코앞에 두는 성과까지는 올라왔다

미래지향적 긍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아마 이런 내가 아니었을 거다


이제와서는 그 질리도록 긍정적인 내 성격이 다시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긍정은 나의 특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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