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지?
가고 싶기도 한데, 가기 싫은 곳.
아이들과 가는 동물원과 건강 검진하러 가는 병원.
동물원 나들이와 건강검진을 하러 가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확실하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에게 동물을 보여주러 가려고 하면 윤리적 책임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건강검진 전날 밤이 되면 혹시나 하는 걱정에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며칠 전에 아이들과 동물원에 갔다.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고, 나 역시도 동물들의 움직임과 생김새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 한편으로 마음 한편은 무거웠다. 최근 읽었던 책 <긴긴밤>이 생각나고, 동물원 우리 속에서 답답하게 생활하는 동물들에게 미안했다.
사람들 좋자고 사람의 몇 배 만한 크기의 동물들을 철창 안 몇 평 공간에 가둬두는 이기심이라니……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의 견문을 넓혀주고 싶은 사명감을 앞세워 나 몰라라 하는 내 마음. 이곳은 내가 어릴 적 갔던 동물원과 다르게 동물 친화적인 환경이라며 위안을 삼았지만, 어쨌든 동물원은 동물원일 뿐, 무해하지는 않다.
이럴 때 내가 얄팍하지만 면죄부를 위해 내세우는 게 있다. 아쿠아리움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동물 사육 시설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곳인지 몰랐을 때는 아쿠아리움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동물원만큼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젠 많은 지역에 아쿠아리움이 생겨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지만 가지 않는다. 작년에 내가 사는 도시에 아쿠아리움이 문을 열었다. 소문을 듣고 아이들이 우린 언제 가냐고 물었지만, 엄마랑은 갈 수 없다고 말해줬다. 그곳에서 지내는 동물들의 퇴행 행동과 엉망으로 조성된 환경에 대한 소문 역시 자자했기에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며, 마음 아프게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말해줬다.
아이들이 더 크면 내게 물을 것이다. 동물원은 되는데 왜 아쿠아리움은 안되냐고. 나도 그 차이를 짚어내기가 참 어려운데, 계속 생각해보니 유년기의 경험 유무가 답이었다. 어릴 적부터 동물원은 자주 가봤기 때문에 뭔가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에 그나마 우호적이고, 아쿠아리움은 안 가봐도 사는 데 지장 없더라는 생각에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면 아쿠아리움이 그런 것처럼 동물원도 안 가봐도 사는 데 지장 없다는 말이 되네. 아!?
이런 날이 올까?
딸들이 커서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엄마, 세상에 어떻게 동물원에 우릴 데리고 갔던 거야?”라고 말하는 세상. 그럼 난 멋쩍게 변명하겠지, “그 시절엔 그게 당연했어.”
가고 싶다, 가고 싶지 않다.
둘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내 삶에 지장 없는 것. 무해하게 만드는 것을 선택하기로. 양심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