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rondelle Jun 10. 2020

9. 꽃차와 내 안의 나 들여다보기

MY  DRINK  DIARY

Flowering Tea












꽃차는 움트기 직전의 씨앗 같아 두근두근 설레는 기분이 든다.      


한 잎.


두 잎.


세 잎.     


기다림의 시간이 곧 나를 위한 시간.      

눈과 입의 보석 같은 시간.     


단단하게 묶여있던 줄기와 꽃잎들이 물을 머금고 서서히 피어오른다.     


돌돌 말린 꽃이 따뜻한 물과 만나 서서히 피어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사색의 처음은 아무 생각이 없이 고요하고, 꽃차 한 모금에 걱정과 불안이 찾아오고, 꽃차 두 모금에 그 모든 것을 잊게 하고 마지막에는 평안이 찾아온다.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지면서 불안을 조금이나마 정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예전에는 걱정과 불안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쩔 줄 몰라 하며 허송 세월을 보내기 일쑤였다. 

부풀어 오른 생각들이 머리를 짓누르면서 나를 잠식하는 기분은 정말 X같다.     


차를 마신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이 완전무결하게 해결되는 마법을 부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잠식당하는 그 순간은 모면하게 해 준다.      



잠식, 그 찰나의 순간에 차 한 모금이 생명줄처럼 나를 어둠 안에서 빛으로 끌어 올린다.      



진정하고 숨을 가다듬으면서 다시 한번 차 한 모금을 마신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인스타 연재분을 수정, 보완 작업하여 업로드합니다.

+인스타: @hirondelle_yeon



이전 08화 8. 감기와 꿀 생강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