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RINK DIARY
꽃차는 움트기 직전의 씨앗 같아 두근두근 설레는 기분이 든다.
한 잎.
두 잎.
세 잎.
기다림의 시간이 곧 나를 위한 시간.
눈과 입의 보석 같은 시간.
단단하게 묶여있던 줄기와 꽃잎들이 물을 머금고 서서히 피어오른다.
돌돌 말린 꽃이 따뜻한 물과 만나 서서히 피어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사색의 처음은 아무 생각이 없이 고요하고, 꽃차 한 모금에 걱정과 불안이 찾아오고, 꽃차 두 모금에 그 모든 것을 잊게 하고 마지막에는 평안이 찾아온다.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지면서 불안을 조금이나마 정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예전에는 걱정과 불안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쩔 줄 몰라 하며 허송 세월을 보내기 일쑤였다.
부풀어 오른 생각들이 머리를 짓누르면서 나를 잠식하는 기분은 정말 X같다.
차를 마신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이 완전무결하게 해결되는 마법을 부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잠식당하는 그 순간은 모면하게 해 준다.
잠식, 그 찰나의 순간에 차 한 모금이 생명줄처럼 나를 어둠 안에서 빛으로 끌어 올린다.
진정하고 숨을 가다듬으면서 다시 한번 차 한 모금을 마신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인스타 연재분을 수정, 보완 작업하여 업로드합니다.
+인스타: @hirondelle_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