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다' 중에서 가장 큰 것은
홈스테이 첫 주말 소풍은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였다
나오미(Naomi)가 멕시코로 돌아가고 시온(Sion)이 새 패밀리로 왔을 때도 나이아가라에 갔었다.
워싱턴에서 공부하고 있던 딸이 엄마를 만나러 토론토에 왔을 때도 함께 간 여행지였다.
캐나다 살이를 하는 동안 그렇게 총 3번을 다녀왔다
나이아가라는 내게 3가지로 남아있다
크다는 것의 개념, 폭포에 피었던 무지개가 준 행운, 배를 타고 경험했던 폭포의 에너지.
아마 그 힘을 받아서 잘 새기라고 세 번이나 갔었나 보다
내가 살던 온타리오주 토론토 스카보로에서 차로 2시간 거리다.
첫나들이에는 홈파더가 운전해서 데려다주었다. 홈마더가 준비해 온 샌드위치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니아가라 폴스, 첫 만남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내가 알던 '크다'라는 말은 진짜 크다가 아니었다. 물소리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머리 위로 부서지는 미스트를 맞으며 눈이 부셨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다. 캐나다에서 보는 맞은 편, 직선 형태의 폭포는 신부가 쓰는 면사포 같다고 해서 브라이들 베일(bridal veil)이라고 부른다.
캐나다 쪽 폭포는 모습이 U자로 말굽 폭포라고 부른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오대호 중 이리호와 온타리오호를 잇는 나이아가라강에 있는 폭포다. 이과수 폭포,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힌다고 한다.
빙하가 녹으며 나이아가라 지역의 지형이 융기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폭포 높이는 53m(캐나다 쪽)이며 유량이 많을 때는 분당 168,000 세제곱미터가 내려온다고 한다.
수력발전소가 건립되어 있는데 이 발전량으로 뉴욕, 토론토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크기는 폭포 주변 풍경을 물안개로 채우고 있다.
폭포 옆을 지날 때는 소나기를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같은 더위에 여행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폭포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다리가 있다. 레인보우 브리지다.
처음 갔던 날 폭포에서 진짜 무지개를 만났다. 그것도 두 개나 피어올랐는데 행운의 징조라 여겼다. 캐나다에서 보낼 나의 날들을 예감하는 것 같았다
딸과 함께 갔던 날에는 폭포 근처까지 운행하는 유람선을 탔다.
배 이름이 안개 아가씨(Maid of Mist)다.
승선 전에 한 가지 중요한 준비가 필요하다
세찬 물줄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두 우의를 입는 것이다.
우의를 입었다 하더라도 머리부터 신발까지 젖는 걸 피할 수는 없다.
특히 뱃머리에 자리를 잡는다면 유람선에서 내릴 때쯤에는 멋진 경험의 양만큼 푹 젖어 있을 것이다.
우의를 입었을 뿐인데 흥분하기에 충분했다.
하얀 배 위에 빨간 비옷들이 낙수가 만들어내는 바람에 흔들리던 풍경을 생각하면 몸이 절로 움찔거린다.
우리는 빨간색 우의를 입었다.
거기서는 우의 색깔만으로 어느 나라 관광객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캐나다는 빨간색을 미국은 파란색을 입기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유람선은 캐나다와 미국이 교대로 운행하는데 서로 스쳐 지나갈 때는 빨강과 파랑의 입체들이 반갑게 손을 흔든다.
코스는 길지 않다.
배가 출발해서 폭포 앞에 잠시 머물렀다 돌아오는 것뿐이다.
그러나 잠깐의 경험은 크기에 압도된 감각을 넘어 소리와 쏟아지는 물줄기로 멈춤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선명한 렌즈로도 다 담을 수 없는 물줄기의 속도와 에너지.
물에 흠뻑 젖으며 순간, 태초의 의식처럼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다.
나이아가라에 가보았느냐? 는 말은 함께 폭포 물을 맞아보았느냐? 는 의미와도 같을 것이다
겨우 1주일을 함께 살았던 낯선 사람들이 벽을 허물게 되는 것이다.
손을 잡아준다.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크고 환하게 웃는다.
비밀의 순간으로 초대되었던 찰나, 그렇게 폭포의 물이 쏟아내는 굉음처럼 친구가 되는 것이다.
또 거대한 미스트처럼 기억의 풍경에 젖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자연의 경험 앞에 겸손해지는 유전자를 서로에게 내미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라지는 시간과 풍경들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홈스테이 가족들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넘치게 마음을 써 준다. 삶에서 부족했던 것들을 새롭게 배우고 깨닫는다.
'크다' 중에서 가장 큰 것은 같은 시간, 같은 풍경 속에 있는 사람들이다."
나이아가라 폭포 소풍에서 돌아오며 썼던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