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어학원 홈페이지에는 아침마다 생일을 맞이한 친구들의 이름과 축하가 올라왔다.
덕분에 생일을 맞이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 그래서 축하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어학원에서는 같은 반이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교실이나 복도, 2층 스낵바, 휴게실, 어디서든 만날 때마다 인사를 나누었다.
또 생일을 축하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기쁨과 더불어 조금씩 더 친밀해지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교실벽에 축하장식을 붙였다
줄리(스위스에서 온 십 대)는 바로 앞 테이블에 에 내 자리를 정해주었다
케이트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써 준 생일카드는 어마어마했다
"All the best for a wonderful, 35th birthday, cheese ~"
(나랑 동갑인 케이트선생님은 우리는 언제나 서른다섯이라고 우겼다)
Ivone, Julie, Notsuki, Rune, Anna, Wataru
Ihev, Miguel, Maricela, Taiki,
Yuri, felipe, Paty, Mao...(오랜만에 친구들 이름을 떠올려보니 그때의 감정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행복하고 특별하게 보내라는 축하와 네 친구라서 기쁘다는 고백, 다정하고 사려 깊고 언제나 기운을 북돋아줘서 고맙다는 감사, 버킷리스트를 다 이루길, 우정이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는 소망...이었다. 신라면을 좋아하던 마오는 따라 그렸다면서 '생일 축하해요'를 한글로도 써주었다.
유쾌한 이본(멕시코)은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에 있는 멕시코 식당으로 나를 초대했다
타코 중에 생선튀김이 들어있는 바흐(baja)와 과카몰리를 얹어먹는 치차론(돼지껍질 튀김)을 소개해주었다.
테킬라가 들어간 뜨거운 음료도 마셨다.
컵에 그려져 있던 전갈이 기억에 선명하다.
홈마더가 내게 생일을 물었을 때 10월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녀는 의아해하며 내 프로필에 5월이라고 쓰여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나 같은 세대들은 주로 음력으로 지낸다고, 그래서 실제 태어난 날과 서류상으로 기록된 생일이 다르기도 하다고, 말해주었다.
홈마더는 캐나다에 있는 동안 꼭 생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축하를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5월 어느 날, 나는 생일을 맞이했다.
글로벌하게... 시끌벅적하고 놀랍고도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태어나길 참 잘했다'
생일을 이날로 정해서 호적에 올려준 아빠에게 감사했다
홈스테이에서 지내는 동안 축하와 감사가 행복의 비결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홈마더는 리오나와 함께 초콜릿케이크를 만들었다.
자신의 레시피를 펼쳐놓고 반죽을 하고 구운 케이크를 장식했다. 초를 꽂고 불을 붙였다.
축하 파티가 열렸다.
시원하게 축하송을 부르고 생일카드와 선물도 전해 주었다.
롱라이프를 바라는 볶음국수도 요리해 주었다
얼떨떨하고도 벅찬 느낌이었다.
내가 태어난 일, 지금 함께 있음을 이렇게 좋아하다니... 어메이징 하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생일 축하 장식을 달아놓은 때문일까?
교실에서는 축하송을 부를 일이 자주 생겼다.
우리는 누구도 장식을 걷으려는 생각이 없었다.
모두 깊이 마음을 나누고 싶었던 것이었다.
감사와 축하는 행복해지는 비법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