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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국민 커피 맛집

글맛은 갈등과 관점에 의해 생긴다

by 편J


외출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엄마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고 호들갑이다. 가방에서 꺼낸 건 팀홀튼 마크가 찍혀있는 슬리브(컵홀더)랑 빨대였다.

엄마가 재미있어할 것 같아서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캐나다 국민 커피 맛집을 묻는다면 그 답은 팀홀튼이다. 그냥 캐나다 커피가 팀홀튼이라고 해도 맞을 거다. 캐나다 사람들에게 팀홀튼은 브랜드가 아니라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다.

다른 브랜드가 있어도 굳이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팀홀튼에 줄을 서는 이유이기도 할 거다


딸은 엄마가 캐나다에서 보내는 동안 워싱턴에서 2번이나 날아왔었다

팀홀튼의 위력을 경험한 탓인지 서울에서 만난 카페가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때 아이는 팀홀튼의 아이스캡(우리나라의 아이스 카페라테 같은 메뉴)에 빠졌었

슬러시 같은 느낌의 커피가 소문대로 더위사냥 맛이 난다고 좋아라 했었다


팀홀튼 커피 얘기에 홈파더가 빠질 수 없다. 나이아가라폭포, 애플하우스, 우드바인 비치소풍 가던 날, 성당 미사에서 돌아오는 늦은 밤, 연극을 보기 전 분위기를 띄우는 때도, 와이너리 여행을 갈 때도... 가끔 로컬 카페나 스타벅스를 곁눈질하던 홈마더와 달리 그는 충성스러운 팀홀튼 파였다.

가성비 면에서도 주머니가 환영하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 어학원으로 가는 트램을 갈아타기 전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팀홀튼에 들르곤 했다.

먼저 점원과 눈을 맞추고 아침 인사를 나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 같다. 커피와 베이글을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분주한 아침이 활기 있어지는 것이다.

갓 구운 베이글은 통통하고 쫀쫀했다. 그 위에 묵직한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서 크게 베어 먹다 보면 기운이 솟는 것 같다.

낯선 언어의 세상도 배짱 좋게 대면할 힘을 주는 것이었다


팀홀튼은 도넛 맛집이기도 했다. 그중에 팀빗은 500원 동전 크기만 한 공모양의 도넛이다. 한 입에 쏙 넣을 수 있게 앙증맞다.

가끔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간식을 사가기도 했는데 팀빗은 가족들 선호도가 좋은 메뉴였다.

같이 살던 리오나와 나오미는 특히 초콜릿이 덮인 도넛을 좋아했다.

할머니댁에 자주 놀러 오는 손자, 손녀들까지 식구가 많은 날은 한꺼번에 100개를 주문하기도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짜냐고 몇 번이나 묻던 점원이 생각난다.

팀빗 하나를 입에 넣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명랑한 웃음이 절로 났었다.


팀홀튼의 빨간색 로고도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메이플 잎을 연상시킨다.

금요일, 연재 글을 쓸 때마다 그곳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것처럼.


바다를 건너온 팀홀튼은 물리적으로 우정을 구현해 놓은 것 같다

우리라는 테이블에서 함께 나눴던 시간과 사람들. 그 이름과 맛은 내게도 이야기가 되었다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글맛은 갈등과 관점에 의해 생긴다는 생각을 한다.

신선한 관점이 주는 재미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시원함과 안도감이다

두 가지 관점에서 팀홀튼을 풀어본다.

처음에 나는 팀홀튼 커피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향도 맛도 그저 무난한 정도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지내는 동안 팀홀튼을 자주 접하고 그 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느낌이 달라졌다. 브랜드가 생겨난 역사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사이의 간격이 줄어든 것이다.


팀홀튼이 아이스하키선수였다는 것도 특별한 서사를 이루는 부분이다. 겨울 나라, 캐내디언, 이웃에 살던 젊은이,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스하키팀 '메이플 리프'의 선수, 그가 차린 도넛가게 그리고 뜻밖의 사고...

그렇게 오버랩되는 하나의 인생에게 보내는 애도이고 위안인 것이다. 생을 마친 사람이 여전히 따뜻한 이름으로 곁을 지키고 있음에 대한 감사일 거다.


지금 찾아보니 팀홀튼이 추구하는 가치는 CARE라고 한다

Connect, Appreciate, Respect, Everyone. 짧은 경험이지만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이다. 그들이 내게 보여주었던 모습이 그랬으니까.


'CARE'를 보여주었던 캐내디언들과 함께 떠오르는 브랜드.

같은 것을 먹고 마시던 사람들의 우정에 다시 연결되는 느낌이다

창을 열고 경험과 기억으로 더해진 다음 페이지를 미리 열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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