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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in Seattle Jul 15. 2024

시애틀 하이킹 15. Paradise @Rainier

난이도 하. 눈 덮인 레이니어에서 스노우 슈잉을!

한국에서 가족들이 방문했다. 가족들이 시애틀에 오는 건 처음이라, 엄청난 대자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Rainier National Park (레이니어 국립공원)에서 1박 2일을 보내기로 했다. 이제까지 소개한 레이니어 국립공원 안의 다양한 하이킹 코스들 - Burroughs Mountain Trail,  Naches Peak, Tolmie Peak​ 등 - 중에 어디를 고를까 고민했지만, 아직 5월이라 도로가 막혀있거나 열지 않은 트레일이 대부분이라 옵션이 많지 않았다. 고심 고심 끝에 고른 곳은 레이니어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2개의 베이스캠프 중 남쪽에 있는 파라다이스 (Paradise) 캠프에서 출발하는 세 개의 하이킹 트레일이었다.


파라다이스 캠프에서 바라보는 레이니어산




1.  Skyline and Alta Vista Trail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5월 중순인 게 무색할 정도로 사방이 눈이었다. 파라다이스 캠프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모든 트레일이 눈에 덮여있어서 그냥 무작정 걷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우리는 스노우 슈잉 (Snowshoeing)을 하기로 했다. 스노우 슈잉(Snowshoeing)이란 눈 덮인 지형을 걷는 겨울 액티비티로 신발 위로 스노우 슈즈(snowshoes)를 신고 눈 위를 걷는 활동이다. 스노우 슈즈는 얼핏 보면 짧은 스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스키처럼 미끄러지는 기능은 없고, 발 표면적이 넓은 스노우 슈즈를 신어서 눈 속에 발이 빠지지 않고 그 위를 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라고 할 수 있다. PNW의 취미생활의 하나로 겨울에 스노우 슈잉을 취미로 하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파라다이스 캠프에 있는 Visiter Center에서 스노우 슈즈를 빌릴 수 있어서, 하이킹만 생각하고 온 우리도 스노우 슈잉에 도전할 수 있었다.


스노우 슈잉 (Snowshoeing)


스노우 슈즈를 신었다고, 산에 뚝딱뚝딱 올라지는 건 아니었다. 5월 중순에 이례적으로 온 Heat Wave (히트 웨이브, 시애틀의 열파로 여름철 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이 지속되는 현상)로 갑자기 엄청 더운 일주일이 지속되면서 눈의 표면이 많이 녹아 트레일의 출발지는 슬러시에 가까운 상태였다. 게다가 모든 트레일이 눈으로 덮여있어서, Skyline and Alta Vista Trail라고는 했지만, 딱히 어디가 길인지 잘 확인도 되지 않았다. 그냥 길로 추정되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올라 그 뷰를 감상할 뿐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스노우 슈즈를 신고, 배낭에는 스키를 메고 산을 올랐다. 스노우 슈잉으로 산을 오르고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재미있는 광경이다.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오는 사람! (스키장 아님)


눈이 쌓여 온 세상이 하얗게 되니, 웅장한 레이니어산도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까이 보이고, 마치 금방 오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사실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레이니어 산 (Mount Rainier)은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고, 높이는 14,411피트(4,392미터)로, 워싱턴 주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래서 이 산의 정상을 오르려면 철저한 준비와 경험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산 정상은 빙하, 눈, 암벽등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크레바스 구조, 방벽 등반, 구급 응급처치 등의 기술적 등반 경험이 필요하고, 높은 고도에서 장시간 등반하기 위해서 지구력, 근력, 심폐 지구력 등을 올리기 위한 훈련을 통해 체력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도전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 가이드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개인적으로 도전하더라도 10,000피트 (3,048m) 이상을 오를 때에는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에서 발급하는 등반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눈 쌓인 산에 그냥 누워있는 우리 엄마ㅋㅋ
외로운 탐험가처럼 혼자 산을 오르는 동생


올라도 올라도 산은 끝이 없고, 사방이 하얗다. 시애틀 도심은 Heat Wave 때문에 한 여름처럼 더웠는데, 이곳은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겨울로 돌아온 것처럼 새하얀 눈에 둘러싸여 있는 게 새삼 재밌다. 분명 눈 위를 걷고 있는데 머리 위로는 뜨거운 태양이 비추고, 하늘은 새파랗고, 나무는 초록초록한 그런 신기한 곳이다.





2. Nisqually Vista Trail


눈 때문에 제대로 된 하이킹을 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러 추가로 Nisqually Vista Trail을 걸었다. 이 트레일은 파라다이스 캠프 주차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떨어진 트레일로, 트레일을 15분 정도만 걸으면 레이니어산과 거대한 협곡을 함께 볼 수 있는 뷰 포인트가 있는 코스이다. 짧은 하이킹이지만 엄청나게 거대한 협곡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효율 만점의 코스이기도 하다.



트레일에서 다시 주차장에 돌아와 보니 주차장 옆에 깔끔하게 정리된 눈 벽이 족히 1미터~1.5미터는 넘는 것 같다. 겨울을 지나면서 쌓이고 쌓인 눈이 압축되면서 단단한 눈 벽을 만든 것을 잘라놓으니 눈의 단층에서 나무의 나이테 같은 결이 보여서 신기했다.  


다시 파라다이스 캠프로 돌아와 잠시 Visitor Center를 구경했다. 이곳 방문자 센터에서는 코스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고, 스노우 슈즈를 빌릴 수도 있고, 간단한 기념품을 살 수도 있는데, 기념품 코너는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레이니어가 그려진 티셔츠나 양말, 텀블러, 컵 같은 기본적인 기념품은 물론이고, 레이니어에서 나는 베리로 만든 베리 에이드 파우더, 팝콘, 쿠키 등 특색 있는 기념품을 살 수도 있어서 선물하기에 괜찮은 기념품을 꽤 찾을 수 있다.





3. Narada Falls


세 번째로 들린 곳은 Narada Falls이다. 이곳에서는 꼭 트레일을 걷지 않아도 잠깐 차를 세우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를 잠시 감상할 수 있다. 하루에 눈이 하얗게 쌓인 설산과, 협곡, 폭포, 모두의 대자연을 즐기는 꽉꽉 채운 하루 일정이다.





자연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채워지는 하루다. 부모님과 함께 온 일정이기 때문에 딱히 힘든 코스는 없었는데도, 엄청난 대자연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코스들이었다. 혹시 부모님과 함께 레이니어 국립공원을 방문하고 싶다면 이 일정을 참고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부모님과도 함께) Let's hike!



3줄 평 (세 트레일 모두 난이도: 하)

- 봄 여름 가을, 어느 때라도 레이니어는 항상 옳다.

- (봄이지만) 눈을 실컷 밟고 싶다면 스노우 슈잉 추천!

- 여름 전에 레이니어를 간다면 도로와 하이킹 트레일이 오픈되어 있는지 미리 체크하고 갈 것.


AllTrails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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