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하에 작은 커피숍이 오픈했다. 부부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사장님인 듯, 작은 가게이지만 야무지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근처에 마땅한 커피숍이 없기도 했고 사장님 부부의 커피 솜씨도 꽤 괜찮아서 가게에는 늘 손님이 붐볐다.
단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가끔 두 사장님이 서로 냉랭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두 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있고 짜증 섞인 말투로 서로 틱틱대곤 했다. 그런 날 커피숍에 앉아있으면 마치 부부 싸움한 부모님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보다 더 떨그럭거리는 접시 부딪치는 소리, 남편 사장님의 한숨소리, 부인 사장님의 행주 펄럭이는 소리. 그런 날은 왠지 커피맛도 더 씁쓸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커피숍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하 매장이 아닌 것 같은 햇볕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음에 반사되어 가게를 화사하게 채우고 있었다. 두 사장님의 미소는 자비롭다 못해 영롱했으며 커피 향은 막 볶아낸 커피 원두를 콜롬비아 현지에서 내려 마시는 듯 황홀했다. 계산대를 지나며 남자 사장님은 여사장님의 어깨를 살며시 주물러 주었고 여사장님은 그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다.
난 기분 좋게 커피를 한잔 받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도 평소와 다른 가게 분위기를 느꼈는지 사장님들을 힐끔 쳐다보며 ‘로또라도 되셨나’ 라며 의아해 했다. 그런 와중 옆 테이블의 김비서가 빨대를 입에 비스듬히 물며 냉소적인 눈빛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 했네, 했어. 어젯밤에 했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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