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빠랑은 못 놀았어

by 돌돌이

시우가 축구를 가는 날은 평소보다 여유가 없다. 갔다 와서 밥을 먹고 씻고 구몬 수학과 한글 숙제를 하면 7시가 넘는다. 요즘은 네뷸라이저도 하다 보니 놀 시간이 더 줄어든다. 콧물 기침이 심해져서 감기약을 바꾸고 난 뒤 한층 더 졸려한다.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자러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아들은 불만을 이야기한다.


[오늘 아빠랑 못 놀았어.]



아들의 놀이 시간은 나와 노는 시간부터 측정된다. 마트를 갔다 오거나, 일정이 있어서 어딘가를 들렀다 와도 그 시간은 지켜야 한다. 나름 유치원이라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들의 노고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 내가 늦게 마칠 때나, 약속이 있을 때는 쿨하게 보내준다. 그날은 군말 없이 일찍 자러 간단다. 아빠가 없을 때는 어쩔 수 없다는 그런 뜻 같았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아빠가 있으면 무조건 같이 놀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시우가 종종 혼자 놀 때도 있지만 아직은 아빠랑 같이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똥이야기, 간지럽히기와 잡기놀이 같은 자극이 강한 놀이들은 아빠가 전담하기 때문이다. 아내도 같이 놀아주지만 한계가 있다. 목마를 태워주고 말타기를 할 수 있는 대상은 아빠라는 것을 잘 안다.



퇴근 후 내가 축 늘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전날 늦게 잤거나 그날 시술이 고된 경우가 그렇다. 아내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고 잠을 잔다. 십 분에서 삼십 분 정도 소파에서 자고 나서 부활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놀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나이가 든 늙은 아빠에게 아이들과의 놀이시간은 쉽지 않으니까. 주로 잡기 놀이를 하는데 너무 힘들면 숨바꼭질로 바꿔서 진행한다. 그래도 졸릴 땐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데, 시우와 지우가 놀자고 하는데 내 눈꺼풀은 너무나 무겁다.



나이 든 아빠라고 해서 아빠의 의무를 안 할 순 없다. 아빠랑 노는 시간부터가 진짜 노는 시간이라고 규정하는 아들에게, 그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할 순 없다. 그만큼 아들들은 나를 기다린다. 엄마가 해줄 수 없는 격하게 노는 일은 아빠의 몫이다. 내 몫이 이렇게 힘들기도 하지만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볼 때면 다시 힘을 내 본다. 오늘도 씨름을 하고 손바닥 밀기 놀이를 하면서 몸과 몸으로 부딪쳐가며 놀아야지.


p.s - 아빠 아직 괜찮아!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나영석 PD의 비행기 마일리지는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