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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휘 Sep 07. 2023

아이가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까요?

독후활동 100번도 도와줄 수 있다. 문제는 책을 안 읽는 아이.


 아이 하원 길에 알게 된 지인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저에게 말합니다.  아이가 책을 읽는다고만 하면 책값이 많이 들든, 엄마의 체력을 몽땅 쏟아야 하든 상관없이 열성적으로 아이를 도와주고 지지해 줄 수 있다고요.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책을 안 읽는다는 거예요. 독후활동은 바라지도 않으니, 책이라도 한 장 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합니다. 학교 갔다 오면 누워서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뿐 따로 책을 보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요즘은 학원도 왜 다녀야 하냐며 가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보내고 있다고 해요. 그래도 예전에는 학원은 잘 다녔는데 최근에는 학원도 안 가려고 기를 쓴다고 합니다. 학원이라도 가야 핸드폰도 안 하고 공부를 조금이라도 하기 때문에 엄마 입장에서는 학원을 안 보낼 수가 없다며 고민을 이야기하셨어요.


아이가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까요?



어린 시절 저는 책보다는 만화영화를 더 좋아해서 텔레비전을 자주 봤어요. 그땐 5시 반에 정규방송을 하던 때라 방송 전까지는 알아서 시간을 보내야 했죠. 놀이터도 가고, 친구네도 가고. 그러다 정말 심심할 때만 그림책과 옛이야기 책을 넘겨봤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만화영화가 정해진 시간에 나오다 보니 그 시간을 넘기면 만화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보던 책을 멈추고 시간 맞춰 만화영화를 보긴 했지만, 방송 시간 기다리는 동안 보던 그림책이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어요. 그중 몇 권은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있어요. 나비를 만드는 할머니, 떡갈나무 호텔, 손톱 먹은 들쥐, 만년 셔어츠란 제목이 기억에 남아요. 엄마는 위인전을 보면 좋겠다고 위인전 전집을 들여놓았지만 초등학교 4~5학년쯤부터는 만화책도 보기 시작했고, 중고등학교땐 만화책과 더불어 하이틴 소설을 봤어요. 학교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지만요.


대학교 무렵엔 삶에 대한 고민을 잠시 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겠다고 자기 계발서를 몇 권 읽었는데요. 다 좋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 삶에 적용시킬 정도로 와닿지는 않았어요. 적당히 듣고 싶은 잔소리로 들리더라고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아요.  오히려 절대 읽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책을 봤는데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요. 작은 사고로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지루해서 잡아든 책이 금성출판사의 조선왕조 500년이었어요. 재미있더라고요. 두꺼웠지만 잘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재미가 없었다면 보다 말았을 거예요.


교과서는 책으로 생각을 안 했어요. 만화나 하이틴소설도 어른들한테 혼나며 봐서 책이라고 생각 안 했어요. 뭔가 그럴듯한 책만이 책이라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책을 놓지 않고 지금까지 읽을 수 있게 한 건  어른들께 구박받으며 보던 재미있는 책 덕분이었어요.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책이 재미있어야 읽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내공이 좀 쌓여야 합니다.


책이 좋아지는 시기까지 지속적으로 좋은 책, 재미있는 책과 만날 기회가 있어야 해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직접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재미있어서 하는 독서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런데 독서를 공부의 잣대로 생각하면 오래 하기 힘듭니다. 배움만을 위한 독서는 오래 못합니다.


공부는 재미만을 위해 하지 않지만 독서는 재미만을 위해 하기도 합니다. 만약 아이가 어리다면 더욱더 그렇겠지요.


공부를 하기 위해 가는 학원과 같은 기준으로 독서에 접근한다면 아이는 오래 하지 못할 거예요. 독서는 내 삶을 생기 넘치게 합니다. 나이가 들 수록 더 느낍니다. 즐거운 독서를 하는 독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독서 자체가 재미있어야 합니다.


독서는 즐거워야 합니다.


즐거움 -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뻐야 합니다.


자전거 타는 것도, 방송 댄스를 하는 것도,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도 모두 즐거움이 가득하죠.

즐거움이 꼭 쉽고 행복한 것만 가득해야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내가 노력하며 인내하지만 때론 좌절하기도 하고 다시 도전해서 얻어내는 과정이 있다면 더 풍성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작이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뇌는 책 읽기를 즐겁게 생각하기 힘든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독서를 즐기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인간의 뇌는 책을 읽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정재승 교수 12월 공식 빡독 동영상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힘들고, 읽어도 잘 기억이 안 나고, 머리가 아픈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일


태어나서 처음 2~3년은 뇌세포가 마구 생기고 연결을 시키지만 점점 성장하면서 회로를 정교화하고 줄여나면서 필요한 회로들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특히 필요한 회로들이 잘 만들어지는 것이 더 중요한 데 그 시기가 바로 사춘기라고 합니다. 이때 책을 많이 읽는다면 좋은 회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됩니다.


독서의 필요성은 다각도로 중요시되지만 특히 청소년기에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초등학교 교육에서 책을 많이 읽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고 있어요. 하지만 중학교 가면서부터는 공부에 중점을 두다 보니, 교과서 외에 책을 읽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현실적 문제와 더불어 아이들이 즐겁게 책 읽기가 가능하려면 [문해력]이 높아야 합니다. 요즘 자주 화두가 되어 자주 접하는 단어인데요.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문해력이 강조되는 경우를 많이 보셨겠지만, 사실 즐거운 독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문해력은 [문자 해독능력][언어 이해능력]이 모두 있어야 합니다. 글자를 읽어내는 능력인 해독능력만 있다고 가능한 게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글자는 알아도 그 뜻을 모르면 역시 해독을 할 수 없어요. 예를 들면 '회원'이라는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단어의 뜻을 모르면 문장을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책을 잘 읽지 않던 아이가 독서를 한다면, 글자는 읽을 수 있을지 몰라도 해석하는 능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이해능력이 부족해도 마찬가지고요.  잘 이해가 안 되면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고요. 계속 읽어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즐거움에 도달하기까지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즉,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A. 책을 자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B 아이의 언어이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합니다.



A. 책을 자주 볼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조성해야 할까요?


1. 엄마, 아빠가 먼저 책을 읽자.

뭐 제가 말하지 않아도 많은 전문가가 강조하는 이야기죠.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고요. 엄마 아빠가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세요. 부모님이 재미있게 읽는다면, 무슨 내용일지 아이들도 궁금해합니다. 읽지 말라고 해도 읽을 수 있어요.


책을 읽지 않던 부모님이시라면 힘들 수 있긴 해요. 그렇다고 죄책감 갖지는 마세요. 천천히 하시면 됩니다.  2번, 3번부터 하시면서 아이와 함께 시작해 보세요.


2. 책을 읽는 시간을 정한다. (독서시간확보)

일정한 독서 시간을 마련합니다. 매일 하면 좋지만 못한다면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꼭 볼 수 있도록 시간을 정합니다. 저는 하교 후 한두 시간은 책을 볼 수 있도록 동선을 짰어요. 자기 전에는 책을 읽었어요. 주말에는 가족이 다 함께 책을 읽는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3. 서점, 북카페, 만화방 등 책이 널려있는 곳에  자주 간다.

주말에 주로 가던 곳들입니다. 좋아하는 것도 사 주면서 자연스럽게 책도 읽어줬어요. 새로운 공간에서 느끼는 흥분은 기분을 좋게 합니다. 이때 읽은 책은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4. 도서관에 자주 갑니다.

북카페도 물론 좋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가져올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죠. 서점에서도 좋은 책이 많이 있지만 마음에 든다고 다 구매한다면 부담도 커지고요. 그런 점에서 도서관은 장점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책을 보는지, 추천도서와 주제별 도서들이 달마다 다르고, 도서관마다 달라서 내 관심영역 밖의 책도 접할 수 있어요. (주중 주말 상관없이 갈 수 있을 때 가서 다양한 책과 접하기)


5. 나만의 책장 

독서지도사인 오현선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방법인데요. 내 책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아이만의 자리를 마련해 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넣을 수 있도록 합니다책장을 깨끗하게 정리하기 위해 전집별로, 혹은 크기가 비슷한 책 별로 정리하기 쉬운데 그러면 아이는 책을 잘 안 보게 된다고 합니다. 엄마칸 아빠칸 아이들 칸으로 각자 자기만의 칸에 좋아하는 책을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은 한 번 꽂아놓고 그 자리를 그대로 두기 보단, 그때그때 정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보고 뜸한 책은 비우고 흥미 있어하는 책으로 바꿔줍니다.

(비우고 채우기의 반복)


6. 내가 편한 독서 공간

아이가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티브이나 핸드폰을 했다면, 자연스럽게 독서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저희 집은 주중에 티브이를 꺼두고 살았더니 자연스럽게 거실에서 뒹굴면서 책을 보게 되었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에는 거실에 가족 책상을 두었어요. 책상 옆에는 작은 소파를 마련해 두어서 편한 곳을 골라서 읽을 수 있도록 했어요.


7.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책을 선택하세요

 아이와 대화를 하다 나온 주제를 검색해 보고 관련된 책을 찾아보곤 했어요. 그림책, 만화책, 이야기책 등 다양한 형식의 책을 활용하여 아이의 관심을 끌어보세요. 


8. 오디오 북, 전자책을 활용한다.

재미있는 책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도 정말 좋아요. 책과 함께 보면 금상첨화이지만 그렇지 않고 듣기만 하더라도 괜찮아요. 오디오북은 정보의 양이 많은 것들보다는 정보의 양이 적고 이야기 위주로 접한다면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자주 듣던 책은 아이의 문해력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많이 될뿐더러 익숙한 책이라 도서관에서 혼자 볼 때도 부담 없이 보더라고요. 전자책도 눈 건강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시간을 정하고 본다면 책과 친해지는데 좋은 역할을 합니다.





B. 아이의 언어이해능력을 어떻게 키워 줄까요?


1. 부모님이 읽어줍니다.

정재승교수는 우리의 뇌는 이야기를 들을 때 뇌의 활성화도 높아지고, 쾌락의 중추가 작동한다고 합니다. 쾌락의 중추가 작동할 때 듣게 된 이야기는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고요. 우리의 뇌는 이야기 형태로 되어있을 때 저장도 잘하고 오래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주 듣다 보면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늘어납니다. 글은 읽을 수 있지만 아직 이해는 안 돼서 힘들었던 부분이 부모님의 언어로 들으며 이해가 됩니다. 모를 때는 물어보기도 하고요.


2. 글 없는 그림책

글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은 적고 상상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즐길 수 있는 글 없는 그림책으로 책에 대한 부담을 줄여줍니다.

부모님과 함께 보면서 상황을 예측해보기도 하고, 만약 대사를 넣는 다면 뭐라고 할지 말풍선을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많은 대화를 합니다.


글 없는 그림책으로 2006년 칼데콧 상을 수상한 데이비즈 위즈너의 '시간상자'가 유명한데요. 그림을 보며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입니다. 아이들과 숨어있는 그림을 찾으며 많은 대화를 했던 책인데 둘째 아이는 글 없는 그림책으로 책과 친해진 케이스예요. 이후 글 있는 책도 그림부터 다 본 후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저에게 읽어달라고 한 후 자기가 상상했던 것과 같은 점 다른 점을 말해주기도 했어요.


3. 수수께끼 책


수수께끼 책은 아이들이 부담 없이 깔깔 거리며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수수께끼 책을 다 읽고 나면 '뭐 더 재미있는 거 없나' 하며 비슷한 종류의 다른 책들도 찾아옵니다. 수수께끼로 시작해서 속담, 끝말잇기 등 흥미위주의 책으로 이어가도 좋습니다.


이 밖에도 평소 대화를 자주 하는 것이 좋겠죠. 시간이 많지 않다면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자리에서라도 말이죠.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우리 가족만의 방식으로, 우리 아이만의 방식으로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아이가 무엇이든 즐거워서 스스로 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접해보고 감을 잡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쉽기만 하고, 기분 좋은 일만 가득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독서는 더 그렇죠. 어른인 저도 독서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거든요.


제가 아이들을 위해 해 준 것은 책 읽어주기인데요. 책 읽어주기를 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육아초창기 특히 둘째가 태어나던 시점에는  아이들 밥 챙기는 것 외에는 손을 놨었죠. 첫째 아이가 놀아달라고 하면 책 읽어주기는 언감생심이죠. 동영상을 틀어주거나, 장난감으로 놀 게 하던 지, 세이펜을 쥐어주며 책을 듣게 했어요. 첫째 아이 6세 때까지는 제가 책을 읽어주긴 힘들었다고 봐야지요. 아이가 유아기부터 책육아를 해줘야 독서가 습관이 잡힌다고 하는데 저는 그 시기는 놓쳤다고 볼 수 있어요.


첫째 아이가 6세쯤 될 무렵 제 체력이 조금씩 나아졌어요. 이때는 옆에 끼고 앉아서 책도 읽어주려고 했는데 막 3세가 된 둘째 아이가 그 상황을 가만히 두지 않았죠. 책을 넘겨버리거나, 다른 장난감으로 놀자고 방해하곤 했죠. 이때 제가 한 것은 잠자리 이야기였어요. 잠자리 독서가 아니고 이야기죠. 제가 아는 이야기를 누워서 옛날이야기 해주 듯해주는 거예요. 백설공주 이야기도 있고, 해님 달님도 해주고,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어요. 오디오북도 자주 듣고요.


첫째 아이가 본격적으로 독서습관이 잡힌 건 초등학교를 들어가고부터에요. 독서기록을 매주 일정량 기록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이때 매일 책을 읽으니 독서습관이 생기는 기초가 되었어요.


아이는 선생님을 정말 좋아했는데요. 선생님과의 약속이라며 의무적으로 한 권이라도 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책 한 권 고르는 것도, 읽으면서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했어요. 때론 읽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겠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독서록 앞에 적힌 '필독도서 목록'을 살펴봤어요. 아이가 학교 갔을 때 도서관에 가서 한 번씩 훑어보고 왔죠.


그때 제가 했던 방법입니다.


1. 엄마가 먼저 책을 읽는다.

2. 엄마가 읽은 책의 줄거리를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포인트를 살려서 이야기해 준다.

3. 책의 결론은 알려주지 않는다

4. 궁금하면 읽어보라고 책을 준다. 궁금해~ 궁금하면 500원~

5. 책을 눈에 띄는 곳에 둔다. (바닥에 한 두권 깔아 두기도)


혹시 영화소개 TV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영화 대 영화, 김경식의 영화. MBC에서 아침마다 해주던 프로그램인데요. 어찌나 재미있게 소개를 해주던지 안 보고는 못 배기겠더라고요. 그 주에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영화를 빌려보면 소개해준 내용이 훨씬 재밌을 때도 많았지만 그 프로 덕분에 정말 멋진 영화를 만나기도 했어요.


제가 아이에게 이야기 해주 던 것도 비슷한 접근이었어요. 내 이야기를 듣고 책을 골라오기도 하고, 혼자서 읽을 때 잘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이 제 이야기를 다시 들으며 "아~ 이게 그런 이야기였어~" 하기도 했어요. 저랑 이야기했던 책이 자기 반 책장이나 학교 도서관에 꽂혀있으면 한 번 더 보기도 했어요. 당시에는 책을 떠듬떠듬 읽을 때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읽어야 할 때는  종종 전체 내용이 다 파악이 안된 적도 있었나봐요. 저에게 줄거리를 듣고 볼 때는 얼추 이런 내용이구나 하며 보니까 이해하기도 쉽고 책도 재미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날 본 책은 독서기록장에 (독서통장이라고 하더군요) 번호를 적고 그 옆에  책 제목, 작가이름, 출판사를 기록하면 숙제가 끝납니다. 아이가 기록한 책 목록을 본 담임선생님께서 잘 읽고 있다며 칭찬해 주신 덕에 아이는 가속도가 더 붙었어요.


덕분에 매일 적게는 1권 많게는 5권도 보면서 독서습관을 잡아갔어요. 부작용이라면 책을 보느라 다른 걸 안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긴 합니다만 그래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환경 조성을 위해 위에 언급했던 방법도 같이 겸하면서요.


5. 서점, 북카페 등 책이 널려있는 곳에 간다. 좋아하는 것도 사 주면서 자연스럽게 책도 읽어준다.

6. 독서시간을 확보한다. (하교 후 1시간~2시간 도서관 가기)

7. 주말에도 도서관에 자주 간다.

8. 밀리의 서재, 윌라 같은 어플을 활용한다.


이미 아시는 내용일 테고, 중복되는 내용이지만 여러 번 강조해도 되는 내용이라 다시 한번 더 적어봅니다.


마지막으로

 둘째가 5세쯤 함께 읽기가 가능해지면서 책 읽어주기도 시작했어요. 제가 책 읽어주기를 해주면서 아이들이 책을 보는 횟수가 늘었어요. 대화할 때 쓰는 단어도 다양해지고 어려운 단어를 쓸 때는 놀라기도 합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야 할 때는 목도 아프고 힘들기는 하지만요.


제가 책 읽어주기를 하면서 궁금한 점이 생겨 찾아보다 찾게 된 글이 있어요.


책 읽어주기와 관련해서 종종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책 읽어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가요?” “책을 읽을 줄 아는 아이에게도 책을 읽어주어야 하나요?” 이 질문들의 이면에는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이에게 굳이 책을 읽어줘야 할 필요가 있는가?’ 등의 의구심이 들어 있다. 이런 의구심은 공통적으로 책 읽어주는 행위를 단순히 ‘글 → 소리’로 변환하는 행위 정도로 여길 때 일어난다. 책 읽어주기에는 유아가 혼자서 책을 읽을 때에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여러 가치가 담겨 있다. 책 읽어주기는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따뜻한 교감을 나누게 하고, 유아의 구어를 활성화시키며, 이미지 형성을 돕고, 사건과 사물의 핵심에 집중하는 힘을 길러준다.  이송은_동화가 있는 집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책 읽어주기는 좋은 건 알겠는데 엄마의 목이 아프기도 하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보니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그 때, 이 글이 저에게 힘이 되어주었어요.


지금은 책 읽어주는 시간은 많이 줄었어요. 하루 1~2권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기가 읽고 싶다고 해서예요. 마냥 엄마가 읽어줘야 할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고요. 아쉽기도 하지만 즐겁게 스스로 읽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해집니다.


즐겁다에는 [쉽다 ] [재미있다]만 있지 않습니다. [어렵지만][해볼 만하다][이런 게 있어?] [함께 하니 더 재미있네][놀라워][더 해볼까][더 알고 싶어]등 많은 것이 녹아있을 때 더 깊이 있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 번 주말부터 아이들과 책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시길 추천합니다. 

엄마, 아빠 먼저 핸드폰을 내려 두고 책을 보시면 어떨까요? 

가족이 모두 즐겁게 독서하는 행복한 독자가족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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