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잔과 곱창 한입

그냥 나의 이야기

by 사남매맘 딤섬

술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회를 마실 때 소주 한잔

치킨을 먹을 때 맥주 한잔은 즐겼다.


술에 대한 이야기는 구구절절 이야기가 정말 많은 것 같다.

나는 술자리를 안 좋아한다. 그런데 퇴근하고 집 앞에 있던 작은 맥주집은 자주 갔었다. 치즈스틱 하나 시켜서 맥주 한잔 하면 기분이 좋았다. 길을 보면 정말 많은 사람이 보였다. 다들 빠르게 움직이는데 내 시간만 천천히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술맛을 알게 된 건, 첫째 아이를 낳은 뒤였다.

신생아를 키운다는 게 이런 건지 몰랐다. 신랑도 바빠서 야근과 철야가 잦았다. 우울증이 해일처럼 밀려온다는 게 어떤 건지 이때 처음 경험했다. 내가 공부하면서 회사 다니면서 힘들다고 했던 나를 반성했다. 너무 힘들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느날부터 입맛도 별로 없고 몸도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을 먹으면서 소주 한잔을 마셨는데 너무 좋았다. 먼가 위로받는 기분이었고 밥맛도 좋아졌다. 감칠맛 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의 반주 생활을 몇 달 동안 계속되었다.

(둘째가 음주를 바로 끊어 주었다)


둘째를 낳고 나니 이상하게 첫째 때 그 느낌이 안 났다.

신기했다. 어째서일까?


그 뒤로는 셋째 넷째 임신과 출산으로 정말 술과는 '아주 많이'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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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나는 멘붕에 빠졌다.

나름 세 아이 육아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 "세 아이 육아가 할만하다고? " 누군가 비웃는 것 같았다.

세 아이 육아는 얼마나 힘든지.... 세아이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는 깨달았다.


정신줄을 놓는다는게 어떤 건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정신을 차리니 정말 엄청난 일들이 벌어져 있었다. 그걸 반복하다 보니 정신과 몸이 피폐해졌다.

취미생활을 해볼까 하고 이것저것 시작했는데 잠시 기분이 좋아질 뿐이었다. 또 시간이 나지 않아서 못하게 되니깐 화가 났다.

투덜거리며 화를 내고 있는데 신랑이 가볍고 부드러운 와인 하나를 사왔다.

치즈와 함께 와인 한잔을 따라 주었다. 와인 한 모금을 했는데 너무 좋았다.


나는 와인을 잘 모른다.

이게 어떤 와인인지도 모른다.

부드럽게 목을 감싸고 넘어가는 기분이 좋았다.

그냥 이 와인을 즐기면 되는거잖아?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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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나의 와인생활

아이들이 있다보니 계속 깨지는 와인잔이 위험할 것 같아서 스텐 와인잔을 구입했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마실 때마다 치즈를 조금씩 꺼내 먹었는데 나에게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 와인에는 치즈, 이 와인에는 고기 ....

이런건 누가 정해 둔걸까? 확실히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


정말 힘들던 그날

연령이 다른 아이들에 맞추어 공부도 시키고 놀아주고 씻기고 먹이고 하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지나갔던 그날

분명 밥을 먹긴 했는데 먹었다는 기억만 있고 아무것도 없던 그날

"곱창을 먹어야겠어"


곱창을 배달시켰다.

그리고 와인을 뜯었다.


난 달콤한 와인을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무겁지 않고 부드러운 와인을 좋아했다.

와인 한 모금에 곱창을 먹는 순간, 너무 좋았다.

나에게 맞는 건 이거였다.


곱창 한입에 와인 한 모금이 너무 좋았다.


지금 이 힘든 시기 잘 이겨내라고

넌 할 수 있다고

이 한잔이 이 한입이 나를 응원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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