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밤

호주 브리즈번에서 막차를 기다리며 검은 밤을 맞았다.

by 돋을볕



찌르레기가 울 때마다 바람이 불어왔다

불어 온 바람은 창밖에 고이고

작은 도롱뇽은 뛰어올라 검은 나방을 삼켰다



버스 운전석 앞으로 빗물이 맺히는데

내 옆 창으로는 구름 하나 걸리지 않았다



매미는 마지막 기염을 토해내며 하염없이 울었다

개미가 기어올라 정강이에 빨간 무덤을 만들었다



이번 차가 지나가면 다음 차는 내일 옵니다

흰 수염이 난 버스 기사는 고래수염처럼 긴 버스를 몰았다



사람들은 창문을 걸어 잠갔다

불빛 사이로 온기가 흘러나오다 황급히 담장으로 숨어버렸다



머릿속을 기어 다니는 말들을 붙잡아 브리즈번 호수 속에 집어넣었다

페리가 지나가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었지만 붙잡힌 말들은 떠오르지 않았다



“굿바이.”

검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굴려 말했다.

애니의 검은 삽살개는 짙은 동굴 속에서 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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