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벚꽃 명소가 있어요. 예전에는 동네 사람들만 아는 곳이라 사람이 적었지만 요즘에는 소문이 나서 엄청난 인파들이 모여듭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하기에 때를 기다려야 했어요. 더욱이 사람뿐 아니라 미세먼지도 피해야 했고요.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조금 늦게 벚꽃을 보러 갔지요. 그래서 대부분 꽃들이 만개를 지나 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실망할 일은 없죠. 벚꽃은 질 때도 아름다우니까요. 덕분에 아름답게 흩날리는 꽃비 속을 걸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흩날리는 꽃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많은 나무들 속에 이제 만개한 꽃도 있고, 이제 피기 시작한 꽃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위 꽃나무들이 마치 조금 늦게 핀 꽃나무들을 축하하듯 꽃비를 내려주는 거 같았어요.
바닥에는 분홍빛 꽃잎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그대로 있지만 조금 벗어나면 꽃잎들로 덮여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찾아 연분홍 꽃길을 걸었죠.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위를 걷듯이요. 그리고 눈과는 달리 제 발길이 지나간 곳에도 그 분홍 눈들이 녹지 않고 예쁘게 남아있어 더 좋았답니다.
하얀 분홍 빛 꽃나무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할 정도로 이쁘지요. 저도 그래서 좋아하지만 더 좋은 이유는 질 때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바람에 살랑살랑 내리는 하얀 분홍빛의 꽃비는 추운 겨울 잘 견디었다고 따스히 안아주는 거 같아 마냥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벚꽃도, 사람도
아직 꽃 피우지 못한 이들이 있지요. 그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늦을 뿐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남들보다 늦다는 것이 삶을 힘들게 하지요. 사람이고, 경쟁사회이니 어쩔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흩날리는 꽃비 속을 걸을 수 있듯이 늦더라도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한 더 멋진 풍경이 기다릴게예요.
늦어도 괜찮아요. 늦었다고 해도 꽃은 아름답고, 지는 꽃들 속에서 피기에 더욱 아름다울지도 몰라요. 또한 주위에서 꽃비를 내려주듯 축하해줄 거예요. 그러니 다른 꽃을 질투하기보다, 자신을 미워하기보다 주위 꽃들을 축하해주며 아름다움을 즐기세요.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즐기며 지내면 자신이 꽃을 피웠을 때 더 많은 꽃들이 축하해줄 겁니다. 연분홍 빛의 꽃잎들이 앞을 채워줄 거예요. 반대로 이제 져간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내년에도 꽃이 피듯 다시 꽃 피울 거예요.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 반드시 험한 길은 아니랍니다. 걷다 보면 아름다운 꽃잎들이 안내해주는 꽃 길일 수도 있어요. 걷지 않으면, 가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답니다. 남들이 걷는 길만 간다면 많은 발길에 꽃잎은 없어질 테고 보통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겠죠. 꽃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자의 특혜 같아요.
인생에 화려하고 아름다울 때를 꽃이 활짝 피었다는 뜻으로 만개했다고 하지요. 그 시간이 지나면 꽃도 그렇듯 질 때는 반대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쓸쓸한 마음이 들게 하지요. 하지만 벚꽃이 질 때는 필 때보다 더 화려합니다. 그런 꽃비는 아름다우면서 마음을 포근하게 합니다. 왠지 찾아오는 이들에게 질 때도 찾아줘서, 바라봐줘서,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도 벚꽃처럼 질 때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올해 새 글을 보여드리기가 참 힘듭니다. 자신을 압박해보기도 했지만 영 쉽지가 않네요. 주위에서는 바람 쐴 때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지만 코로나가 무섭네요. 저 때문에 가족들이 아픈 건 더 싫구요. 그래도 벚꽃을 2년간 보지 못했으니 사람 없는 평일 낮에 가족들과 잠시 집 근처를 다녀왔어요. 다행히 사람들이 얼마 없어 편히 꽃비를 즐길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가만히 생각해보니 최근 부정적인 감정들이 저를 채우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글 쓰기가 힘든 거 같아요. 저의 글에는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긍정적인 감정을 넣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독자분께서 제 글이 이상적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제 글에라도 이상을 느꼈으면 했어요. 사람은 이상을 바라보기에 더 나은 나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현실만에 맞춘다면 변화 없는 세상에 가깝겠죠. 세상은 너무 현실이니까 이상을 조금 채워 조화로우면 가장 좋잖아요.
이제 상태를 알았으니 행동에 옮겨야겠죠. 그런데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쌓인 건지 쉽게 지워지지 않네요. 당연히 쌓이는 시간만큼 없어지는 시간도 비슷할 거라 생각하지만 빨리 좋은 글을 쓰고 싶고, 긍정적인 마음을 채우고 싶습니다. 좋은 마음이 가득 차면 꽃을 피울 수 있겠죠?
독자분들의 몸과 마음은 어떠신가요? 이번 코로나가 봄이 오기 전 꽃샘추위이길 바라며, 따뜻해진 봄의 기운을 마음에 채워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