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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 Jun 21. 2024

코를 막고 다이빙하듯

시골민박 초보사장 성장기 6. 연재라는 늪

  나는 수영을 못한다. 서른 다섯 인생, 물에 한 번 제대로 뜬 적이 없다. 드넓은 동해를 목전에 두고 산 지 1년이 조금 넘어가는데 바다에 제대로 들어가 본 일이 없다. 심해의 침묵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몸을 상상하고 동경하지만 언제 이룰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4월에 처음 수영을 등록하고 강습을 받았다. 한 달이 넘도록 숨 쉬는 것조차 마스터하지 못하고 모두가 자유영을 연습할 때 나 홀로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연습했다. 모두가 각자만의 속도가 있는 거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 않으려 애썼지만, 쭉쭉 뻗어나가는 진도에서 나만 자꾸 열외가 되는 상황을 마주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물속에 있는 게 너무 추웠다. 포기했다. 그런데 포기하고 나니까 무력감과 자괴감이 체한 것처럼 명치에 얹혔다.   


글쓰기도 그렇다. 잠잠하게 내 내면 깊은 곳으로 침잠해 부드럽게 유영하고 싶지만, 늘 빈 화면에 깜빡거리는 커서 앞에서 머릿속은 멍해진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어쩌다 시골민박' 연재도 어느 순간부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왕 쓰는 거 잘 쓰고 싶고, 뭐라도 누군가의 심장에 밑줄 한 번 그어주는 문장을 쓰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이 욕심을 따라가면 알맹이는 없으면서 겉만 번지르르한 공허한 글만 남게 된다. 잘 쓰는 것보다 꾸준히 쓰는 것을 목표로 했던 것 무색하게 막막함에 쪼그라들어 연재일을 넘긴다. 그럴 때면 오늘도 해내지 못했다는 찜찜함에 괴로웠다. 대체 이게 뭐라고. 


세 살배기 작은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다녀온 날, 아이는 어린이탕에서 놀다 미끄러지는 일이 많아 물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 잠깐 울다가도 물속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어린이탕과 냉탕을 수십 번 들락날락 거리며 내 혼을 쏙 빼놓았다. 물을 왕창 먹고도, 저렇게 울고도 지치지 않는 아이의 체력과 용기는 대단하다. 나도 어릴 때는 저런 용기가 있었을까. 


물을 많이 먹을 각오를 하고 즐겁게 글쓰기라는 바다를 잘 헤엄쳤으면 좋겠다. 코를 막고 다이빙을 하듯 늘 막막하고 긴장되고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첫 문장을 뗀다. 어찌 되었든 이 연재는 꼭 마무리할 거다. 잘 쓰든 못 쓰든, 시골민박 초보사장의 흑역사와 성장기를 남겨놓을 테다. 수영을 다시 배울지는 모르겠지만, 올여름 바다에는 꼭 들어갈 거다. 구명조끼와 튜브와 함께. 


이상, 연재는 해야겠는데 글쓰기는 너무 어려워서 괴로웠다는 변변찮은 하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뭐라도 영양가 있는 시골민박 글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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