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친구야!
우리 집 창문 너머로 내다보이는 양철지붕 위에 누런 황색이 온통 은빛을 삼켜버린 것 있지. 그 뒤쪽으로 뭐가 보이는 줄 아니? 오랫동안 희뿌연 먼지를 가득이고 있던 나뭇잎이 요즘 비가 내리니깐 글쎄 말이야, 잎사귀마다 반들반들 윤이 나지 뭐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이 마을보다 조금 높은 지대에 있거든. 2층에서 아랫마을을 훤히 내려다볼 수가 있어. 아랫동네에 눈을 고정시키고 나무 몸통을 애써 찾아보려고 했지만 동네 전체가 숲으로 감싸있더라. 산들바람이 불어오니깐 숲 전체가 한 몸이 되어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거 있지.
있잖아. 친구야!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색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거야.
초록과 노랑 사이라고 말이야. 그게 무슨 색이냐고? 글쎄, 사람들은 연두색이라고 말하겠지만
아니 아니야. 금방 부화한 노란 병아리와 막 새싹이 돋아난 그 여릿여릿한 색.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거야. 우리가 어렸을 적에 학교 가는 봄길에서 보았던 그 생명의 색깔. 나는 그 색이 참 좋더라.
있잖아. 친구야!
내가 토요일마다 시내 쪽에 위치한 한글학교로 봉사하러 가잖아. 한글학교가 있는 AIC 교회 마당 한쪽엔 5미터 이상되는 키가 큰 자카란다 나무가 세 그루가 있거든. 옛날이야기 책에서 선녀가 하늘에서 땅으로 목욕하러 내려온다는 이야기 기억하 거야. 꽃잎이 땅 위로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하면 마치 하늘나라에서 보라색 옷을 입은 천사들이 훨훨 바람 타고 놀러 오는 것 같지 뭐야. 그런 날엔 나는, 떨어진 꽃잎 사이를 까치발을 들고서 사뿐사뿐 걸어본다. 자카란다 꽃이 땅 위로 다 쏟아지고 나면 우기가 시작돼. 비와 햇빛을 듬뿍 먹은 자카란다 나무 가지 사이사이로 초록과 노랑 사이, 그 색깔이 새싹으로 자라 오르는 것 있지.
있잖아. 친구야!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색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거야.
초록과 노랑과 보라가 어우러진 색. 그게 무슨 색이냐고. 글쎄, 사람들은 그 색을 파스텔이라고 말하려나. 아니 아니야,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 사랑스러운 색.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거야. 우리 어렸을 적에 학교 가는 봄길에서 보았던 그 생명의 색깔. 나는 그 색이 참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