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 밖에서 머리 위로 해를 맞으며
주위를 둘러보면서 걸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집 아래쪽에 돌을 자르는 공장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가파른 길을 운동삼아 오르락내리락거리곤 했었다.
돌을 정교하게 자르는 기계를 땅주인 아들이 들여놓고나서부터는
돌가루가 날리고 날카로운 칼날에 돌이 잘리는
소리에 걷기를 포기해 버렸다.
그 후로부터 집안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유튜브에서 걷기 운동 프로그램을 찾아서
운동을 하다가
작은 정원에 깔린 잔디밭을 걷곤 했다.
2024년 후반기엔 그조차도 시간을 내질 못했다.
어깨와 목이 딱딱하게 굳을 정도로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달이 끊어지는 바람에 탄수화물이 당기고
잘 먹지 않은 과자에 손이 자꾸만 갔다.
배가 나오고 허벅지가 굵어지니 몸이 둔하고
어깨와 허리에 옷이 점점 꽉 끼었다.
운동을 안 하니 땀이 안 나고
얼굴엔 살이 덕지덕지 붙고 목이 굵어졌다.
운동이 무진장 고팠다.
아이들이 학교 방학을 시작하면서
그쯤 봉사하는 한글학교도 방학을 맞이했다.
사이클이 바쁘게 가동하던 것이 멈추면서
마음이 느슨해지기는 했으나
연말이다 보니 마무리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12월 31일,
유튜브로 종각에서 10명의 훌륭한 분들이
33번의 제야의 종을 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특별한 소원을 빌지는 않았지만
새해엔 오늘처럼 산책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