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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빨라도 너무 빨라

백인 앞에서 긴장하는 나

by Habari Sep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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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터의 영어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 2학기에는 첫째와 둘째는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서 1주일에 두 번은 수영을 하고 두 번은 헬스를 하는데 돈을 따로 내지는 않는다. 셋째는 그 시간에 숙제를 하거나 학교에서  경기가 있기라도 하면 소다(음료수)를 판다. 소다를 판 수고비는 나중에 돈으로 환산해서 학교에서 여행을 갈 때 개인비용에서 빼고 남은 돈을 낸다며 막내는 좋아한다.

  아이들을 위해 2시간쯤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노트북을 챙겨서 페어런츠 라운지갔다. 사무실두쪽 면이 온통 창문이라서 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아름다운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동안 밀렸던 영어공부에 대한 글을 쓸 참이다. '따각따각' 자판을 두드리며 신나게 글을 써 내려갔다. 30분쯤 작업을 하던 중에 백인 여자 한 명이 방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Hi~"

   "Hi~"

  그녀는 빠른 속도로 나에게 뭐라 뭐라 이야기를 했다. 내 귀에 들어오는 단어는 4 o'clock라는 단어뿐이었다. 나는 지레짐작 이곳에서 부모님 모임이 있으니 참석을 하겠냐고 묻는 줄 알았다. 그래서 " NO"라고 대답을 했다. 왜냐하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했기 때문이다. 집이 아닌 곳에서 작업을 하니 글이 잘 써져서 그녀의 제안이 달갑지 않았다.


  내가 "NO"라는 말을 꺼내자,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180도 변했다. 그때부터 내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엇인가 잘못됐다 싶었다. 그녀의 질문에 NO가 아니라 YES라고 말했어야 했다. 순간 내 머릿속이 백지 되었다. 그녀에게 영어를 못 알아 들었으니 다시, 천천히 말을 해달라고 부탁조차 못했다. 순간 그녀가 빠른 속도로 말할  new teacher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 장소에서 4시에 new teacher 미팅이 있으니, 당신이 이 자리를 피해 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뒤늦게  깨달은 순간 내 생각과는 달리 내 입에서 나의 아이들은 12학년, 10학년, 8학년이다라는 말이 나와 버렸다. 속으로 왠 죽책이냐 싶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여기에서 선생님들의 미팅이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YES라고 대답했다.

  날씨는 추웠다. 나는 미안하다며 자리를 피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밖의 날씨가 추우니 다른 방을 소개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나는 괜찮다며 가방 안에 노트북을 넣고 책과 노트와 볼펜을 주섬주섬 챙겼다.


  사무실을 나오는데 얼굴이 후끈거렸다. 나는 백인 앞에서는 왜 입술이 얼어붙을까? 당신 말이 너무 빠르니 천천히 이야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왜 못 했을까? 라며 나 자신을 책망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켜는 순간  나는 그녀가 초등학교 교장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우리 아이들 셋이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니 그녀의 얼굴이 낯설었던 것이다. 그녀는 친절한 할 뿐 아니라 백인 선생님들 중에서 유난히 말이 빠르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알았더라이렇게까지 당혹스럽지 않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한마디로 괜히 졸았던 것이다.

  지난 수업에서 배운  I'm allergte to~가 떠올랐다.

   "I'm allergte to Americans."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케냐 사람들하고는 편하게 말을 하는 나지만 백인 앞에서 얼음이 되어 버린다. 사람이 긴장을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량을 제대로 발휘를 하지 못 할 뿐 아니라 엉뚱한 행동을 한다. 머리가 질끈 아펐다.

  미팅이 끝나고 나자 교장이 밖으로 나왔다. 나는 무슨 말이든지 해야 할 것 같았다. 좀 전에 당신의 말을 빨리 이해 못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자 친절한 그녀는 어떻게 말했겠는가?

    "It's OK."

  너무 쿨한 그녀였다.

   Betty와의 첫 만남에서 그녀는 내가 대화 중에  앞의 이야기가 이해가 안 되면 지나간 말 대해 계속 머물러 있다고 다. 그럴 때는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Please, Wait, slowly"

  이 말은 나의 삶에서도 꼭 필요한 말이다.

  그래, 숨 한번 고르며 말하자.  

  "Slowly, wait"


아이들 학교 도서관, 뒷 배경아이들 학교 도서관, 뒷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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