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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을 무릎 쓰고

두 번째 Kim's Convenience

by Habari Oct 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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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람 시계가 울리자 눈이 자연스럽게 떠진다. 온몸이 몽둥이로 얻어맞은 듯 찌뿌듯했다. 어제는 나이로비에서 40분쯤 떨어진 니므로라는 곳에서 민들레를 다. 몇 주전, 가깝게 지내는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민들레 김치가 먹고 싶네요. 함께 나물 캐러 가요?”

  나는 흔쾌히 “Yes”라고 했다. 그녀는 워낙 쌉쌀한 음식을 좋아할 뿐 아니라 나이로비를 벗어나고 싶은 듯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빨간 목장갑과 작은 칼과 커다란 비닐봉지를 챙겨 들었다. 우리는 고도 2,000미터가 되는 홍차밭이 유명한 곳으 가기로 한 것이. 차가 앞으로 나아 갈수록 구름이 두둥실 눈앞으로 다가왔다.


  모자를 눌러쓰고 들판을 헤집고 다니는 동양인 여자들을 현지인은 신기한 듯 쳐다는 봤지만 무엇을 하냐고 묻지는 않았다. 처음  간 곳에는 민들레가 그리 많지 않아서 귀동냥으로 들었던 장소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우기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렇게도 많았던 민들레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그늘진 곳에 노란 민들레꽃이 보였다. 지나가던  사람이 용기를 내어서 물어 왔다. 풀을 뜯냐고, 나는 웃으면서 약으로 사용할 것이라 했다.

  밤새 찬물에 담가 놓았민들레를 깨끗이 씻어서 다시 소금물푹 담갔다. 쓴 물을 빼기 위한 작업이다.

  미처 시작도 못한 영어 숙제를 위해 스마트폰을 켰다. 노트에 연필로 사각사각 글씨를 적고 틀린 것은 지우개로 지우며 문장을 적어 본다. 노트 가운데로 몰린 까만 지우개 가루가 보여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급하게 휘갈겨 쓴 영어 글씨지저분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볼트 택시의 창문 너머로 푸른 하늘이 올려다 보였다. 아, 감사하고 좋은 날이다.   


 공부할 내용은 ‘Kim’s Convenience’의 Name in red, means yous a dead이다.   

   https://youtu.be/ShkyVQh0 o-k

          

  오전 11시, 우리는 한쪽 벽이 반쯤이나 뚫린 작은 카페에 모였다. J와 Y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스터들은 언제 봐도 좋다. 의자에 앉기만 하면 술술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온다. 늘 어느 모임에서든지 전야 전은 있다. 주제 없이도 2시간 동안 쉴 새 없이 '하하호호'거릴 수 있지만 각자의 노트를 폈다.

  내용은 한 캐나다 여자분이 김씨네 가게로 탄원서 한 장을 갖고 온다. 그녀가 사인을 위해서 김 씨에게 내민 펜은 빨간색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빨간색 볼펜은 중요한 날짜를 표시하거나 오타를 수정할 때 사용한다. 특별히 중요한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빨간 펜으로 사인하는 일은 거의 없다. 만약 사인을 하더라도 실수를 하는 경우이다.

  김 씨는 한국인이 빨간색으로 이름을 쓸 경우에는 죽은 사람을 표시할 때뿐이라며 단지, 미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여자로부터 건네받은 빨간 펜을 실수를 한 듯 부러트리곤 자신의 검은색 펜으로 사인을 한다.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듣고 보고 자란 한국 문화를 쉽사리 저버리지 못한 것이다. 나 또한 크리스천이지만 한 번도 빨간색으로 사인을 해 본 적은 없다.


  몸은 피곤했지만 2시간 반 가량 영어공부를 하는 동안 금방 시간이 흘렀다. 치킨 후레이크가 들어간 잘 익은 아보카도 샐러드와 양배추가 들어간 스프링롤, 치킨 파니니와 카푸치노를 먹고 마시며 그렇게 공부가 끝났다.

 시스터들과의 영어공부가 언젠가는 종료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날이 언제가 될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단지, 이 시간을 감사하며 즐기기로 했다.

  공책 여백에 새롭게 배운 문장을 적어 본다. 노트가 바람에 팔랑팔랑 거린다.

  다음  시스터들과의  만남 때는 민들레로 맛나게 김치를 담가서 J와 Y가 맛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또한 내가 그녀들을 위한 소소한 기쁨의 행위이다.

  'It's my pleasure.'          


*배운 단어 : petition 탄원서, I hadn’t do that ~한 적이 없다, superstition 미신,  so silly 엉뚱한 행동, as far as I am concended 내가 아는 한 (고집, 자만)

*연습 문장 :

I have, had ~했어야 만 했다.   

I should have p.p ~했어야 했는데

I would have ~should 보다 강도 약함

I could have p.p 능력을 표현할 때 사용함

민들레를 캐고 나서 커피를 마셨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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