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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ari Nov 04. 2022

도미와 육포

소소한 일상

  하얀 속살이 드러난 도미를 3센티가량으로 도막을 냈다. 양념으로 소금과 후추와 마늘가루를 뿌려 놓는다.

  미리 사다 놓았던 소고기의 살론 부위에서 두툼한 노란 기름 덩어리와 하얀 막을 제거하며 정리를 한다. 붉은 고기를 얇 잘라서 소금과 마늘가루, 생강가루, 후춧가루, 굴소스, 간장, 설탕과 참기름 그리고 굵게  매운 고춧가루를 뿌린 후 조물 거려서 하룻밤을 재운다. 육포를 만들 참이다.


하룻밤 숙성시킨 소고기

  오래간만에 실내 자전거에 올라타서 이리저리 유튜브 채널을 넘나들며 힘차게 발을 굴러본다. 온수로 샤워를 하고 뜨끈한 밥에 삶아 무친 청경채와 부추 겉절이에 고추장을 넣고는 후다닥 비벼 점심먹었다. 

  텀블러에 원두커피를 가득 담아 남편과 함께 외출을 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케냐 47개 부족 중 하나인 카렌진  청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부부는 청년연약하고 미숙함이 성장되길 바라는 마음이 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면 주위에서 손을 잡아 줄 사람은 많다. 그러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기에 그가 자취를 감추지 않고 토요 미팅에 나오길 바라본다. 


  오후 3시 30분, 막내딸을 학교에서 픽업한 후 쇼핑몰향했다. 만 13살인 딸은 아직은 엄마 옆에서 애교를 잘도 부린다. 딸은 친구의 생일 선물로 초콜릿과 부드러운 감촉오리 인형을 사며 행복했다.

   저녁 식사로 KFC에서 치킨을 주문한다고 하니 딸은 더욱 살갗게 나를 대한다. 사랑스러운 딸이다.


미니소에서 구입한 인형

  우기철이라서 그런지 마트 안이 답답했다. 갑자기 몸에서 힘이 쭉 빠지면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계산대 앞에서 남편에게 숨쉬기 힘들다는 말을 하고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왔다. 신선한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여 마시니 잠시 후 답답증이 사그라든다.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 수많은 인파 속에서 쓰러져간 청년들이 떠올랐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마트에서 구입한 물건을 이곳저곳에 정리를 다. 세 아이들의 도시락 설거지는 남편 몫이다. 

  지붕 위로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소리, 메마른 케냐 땅에 우기가 시작되었다. 노란 잔디는 초록색으로 옷을 갈아입을 것이고 밭에서는 감자와 옥수수, 케일이며 양배추가 무럭무럭 자라 오를 것이다.


텃밭에서 로칼 땡초가 자라고  있다

  저녁 9시 30분, 오늘따라 유난히 동네 개들이 합창을 하듯 소리를 질러댄다. 피곤이 급격히 몰려온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일찍 잠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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