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은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꽤나 옷에 신경을 쓴다
귀걸이나 네일아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몇 달 전부터 댄스파티가
있다고 귀띔을 해주었기에
옷장에 모아두었던
파티복을 꺼냈다
누구로부터 받은 옷인지도 모르는
야시꾸리한 파티용 드레스는
만 14살밖에 안된 딸에게는
맘에 안 차는지 눈길 한번 안 준다
쇼핑몰을 한 바퀴 돌고 난 딸이
손에 잡아든 것은 드레스가 아닌
흰색 면블라스 위에
하늘색 조끼가 붙어 있는 옷이다
딸보다 내가 더 안달이 나서
옷가게를 계속 기웃거려 보았지만
딸의 표정은 시큰둥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사춘기 딸에게 나이스한 척하느라
어금니가 시큰거린다
물건을 잘 챙기는
둘째의 옷장을 뒤적거려 보니
단아한 검은색 롱 드레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늘씬한 막내 몸에 맞춤복이다
가슴 바로 윗까지
살짝 파인 드레스가
쇠골까지 보여주니
여신이 따로 없구나 싶었다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울 딸이 언제 이렇게 컸지
2시간의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이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속삭인다
엄마
배고파
어이가 없어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와버렸다
아직은 파티보다는
먹는 게 더 좋은 8학년
어린 딸이다
왠지 모를 안도감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