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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감사 일기 No.2
18화
물이 필요해
48일
by
Bora
May 1. 2024
전기 없는 날, 나흘째다.
아침엔 물까지 끊겼다.
케냐 전체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렸다.
밤에 잠자는 동안에 집이 쓸려나가서
죽은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곳곳에서 전봇대가 쓰러진 곳이며
큰 나무가 꺾이면서 전깃줄을 건드리는 바람에
전기가 나간 집이 한두 곳이 아니다.
나이로비 외곽에 사는 우리 동네에
케냐파워 직원들이 미처 못 오는 것 같다.
주인아저씨가 전기회사에 전화를 하고
그의 젊은 아들이 전화를 해서 보챘지만
전기선을 고치러 나오는
사람이 없다.
일손이
너무나도
부족할 거다.
우리 집 땅밑 물탱크에는 물은 있지만
전기가 없어서 물을 끌어올리지
못한다.
차로 15분 걸리는 한국인 집에 가서
한집 세탁기에서 한번 옷을 돌리고
다른 집에서 두 번을 돌렸다.
그 사이에 나와 남편은 주인이 내려주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렙탑과 핸드폰 충전을 하고
웨스트게이트 몰에 있는 까르프 마켓에서
저녁으로
먹을 라면을 사 왔다.
설거지감이 큰 다라 2군데에 쌓인다.
빗물로
그릇을 대충 헹굼만 해 놓고
물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외출해서 돌아온 나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두통약을 먹고
쓰러지듯 침대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잠
속에서도
전기가 들어오고 물이 나오길
간절했다
.
4월 30일(화), 감사 일기
1. 한국인들이 모여사는 콤파운드에 갔다. 그곳엔 집이 세
채가 있
다. 그중 두 집에서 사흘 치 빨래를 세탁기에 돌렸다. 물이 잘 나와서 세탁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했다. 고마운 맘으로 히비스커스 2리터와 차요태 그리고 마트에서 사 온 빵과
과자로 감사를 표현했다. 집을 오픈해 준 H와 P에게 감사.
2. L이 홈메이드 커피빈으로 핸드립을 해주었다. 새콤한 맛이 강했다. L의 커피로스팅 솜씨가 대단하다. 귀한 대접에 감사.
3. 전기
없는 밤,
풀벌레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자연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가끔씩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조화롭다. 이 또한 감사.
4. 감사 일기 쓰는 것을 누군가가 시험을 하는 것 같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전기와 물이 안 나오니 불평이란 단어가 가슴 밑바닥
에서 꼼지락거린다. 그래도 남아있는 정수물과 생수 한통이 있으니 감사.
5. 내일은 노동절이다. 케냐 파워에서 일꾼이 나와서
전기를 수리할지는 모르겠으나 기대해 본다. 내일을 기다리는 맘이 간절하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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