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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여정

87일

by Bora

4인용 택시 두대를 불렀다. 일찍 도착한 차에 일부 이민가방과 캐리어를 싣고 남편과 둘째가 먼저 출발했다. 나와 셋째는 두 번째 택시를 기다렸다. 택시를 기다리는 중에 기사가 구글앱을 켜지 않았는지 몇 번이나 픽업장소를 묻기 위해서 전화를 걸어왔다. 자꾸만 뜨끈한 뭔가가 속에서 올라왔지만 다시 마음에 평온을 찾는다.


티켓을 예약한 여행사와 남방항공사에 문제가 생겼는지 직원은 우리 가족을 한쪽으로 몰아세웠다. 여행사 직원 마론린이 남편에 여권번호를 등록했지만 나와 두 딸은 그 밑으로 넣은 게 문제가 된 것이다. 각사람 한 명씩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항공사 직원은 이야기하고 마론린은 본인이 예약할 때는 그것은 전혀 문제가 안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둘 다 자신들이 맞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조모케냐타 공항에 도착한 지 1시간 반 만에 우린 비행기 티켓을 발권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뒤에 서있던 중국인 단체 손님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나 싶은 것이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우리 가족은 중국 창신에 10시간 비행 끝에 도착했다. 나이로비에서 타고 온 같은 비행기로 다시 광조우로 가는 코스인데 모든 승객이 내렸다가 재탑승을 해야 한다. 공항 내에서 환승을 하는데도 입국심사를 까다롭게 했다.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내고 시계를 풀고 메고 끌던 가방과 캐리어를 검사받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나이로비에서 창신으로, 창신에서 광조우로 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창신에서 비행기를 2시간 기다렸다가 1시간을 넘게 광조우로 온 우리는 다행히도 환승은 수월했다. 남방항공 직원들도 아주 친절하게 안내와 문의 사항을 잘 해결해 주었다.

창신과 광조우는 국제공항답게 깨끗했다. 광조우 공항 안에서 네 식구 25,000원 정도의 음식을 먹고 나니 급졸음이 몰려왔다. 인천 가는 비행기를 5시간이나 기다리는 게 피곤한 나머지 의자에 앉아서 고개가 떨어질 정도로 눈을 붙이고 공항 안을 두 바퀴 돌고 같은 자리로 돌아오니 한국말소리가 들린다. 아, 드디어 한국에 간다.


6월 8일(목), 감사일기

1. 24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두 딸이 긴 여정을 불평 없이 동행해서 감사.
2. 나이로비에서 창신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남자 승무원들이 빠르고 친절하게 서비스를 해서 감사.
3. 광조우 공항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런대로 음식 맛이 괜찮았다. 기분이 좋아져서 감사.
4. 나이로비에서 창신, 창신에서 광조우로 환승하다가 둘째 아이가 표를 잃어버렸는데 여권으로도 입국이 가능했다. 공항 직원들과 소통하느라 수고한 남편에게 감사.
5. 일산 호수공원옆에 있는 숙소에 잘 도착했다. 콜벤 운전사 아저씨도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오피스텔 1층에 편의점이 있고 집 주위가 깨끗해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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