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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쁜 여행

88일

by Bora

지하철역 3호선에 위치한 마두역 부근에 짐을 풀었다. 밤 12시가 넘어서 남편과 막내는 컵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는 남편이 먹었던 진짬뽕 국물을 홀짝거리면서 마시고 나니 속이 시원하게 풀렸다.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니 금세 노근노근 해진다. 창가 거실에는 더블 침대가 놓여 있고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4인용 식탁과 에어컨, 벽걸이용 작은 TV와 부엌에는 중간 사이즈에 냉장고, 인덕션, 간단히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주방용품, 드럼 세탁기가 놓여 있고 복도로 창이 나있는 작은 방엔 옷장과 수납장이 구비되어 있다. 물론 인터넷이 설치가 되어 있어서 12시가 넘었지만 브런치에 '100일 감사일기'를 올릴 수 있었다.


새벽 3시쯤에 잠이 들었던 터라 아침 10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세탁기를 돌리는 동안에 가족들은 2박 3일간 떠날 여행을 위해서 짐을 쌌다. 남편은 지하철역을 향해서 작은 캐리어에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선물로 드릴 커피를 가득 실고 앞장서서 걷고 나와 두 딸은 간단하게 싼 옷가방을 메고 줄래 줄래 따라나선다. 마두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충무로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KTX를 타려고 지상으로 올라오니 서울이 국제도시답게 여러 나라의 언어들이 들려온다. 우린 천안아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탕정역 부근에 사시는 친정부모 집으로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달려갔다. 막내오빠가 미리 예약해 놓은 렌터카를 끌고 지중해 마을 미용실에 가서 두 딸과 남편은 머리키락을 다듬고 잘랐다.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적어도 한 번쯤은 다녀가는 다이소를 가고 저녁으로 짬뽕 지존에서 맛있는 짬뽕과 짜장과 탕수육으로 먹었다. 딸들은 다정하고 재미난 외사촌 언니와 백다방에서 대형사이즈 음료를 마시면서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숨이 차오를 정도로 바쁜 여정이 시작되었다.


6월 9일(일), 감사일기

1. 바쁜 스케줄이 시작되었다. 빠르고 편리한 지하철과 KTX로 이동할 수 있어서 감사.

2. 서울역에 도착하니 중국어, 영어, 일본어가 들려온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젊은 사람들이 꽤 많다. 남편에 발 빠른 움직임으로 천안아산역 티켓을 금방 구매할 수 있었다. 약속 시간을 지킬 수 있어서 감사.

3. 가족들에게 케냐 AA 원두커피와 껍질을 벗긴 녹두콩을 선물해 드렸다. 부모님과 큰오빠와 조카를 만날 수 있어서 감사.

4. 다이소에서 당장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감사.

5. 한국에 오니 몸은 피곤하지만 맘이 편안하다. 좋은 여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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