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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정리

85일

by Bora

아침나절에는 냉장고 안을 정리하고 오후에는 집안 이곳저곳에 흐트러져있던 물건을 챙겼다. 사과와 레몬, 토마토와 계란은 센터에서 지내는 형제들을 위해서 챙겨 놓고 롱 라이프 우유(실온 보관)와 계란 일부, 비스킷, 사탕과 마지막 수확을 한 차요태는 메리를 위해서 챙겨 놓았다. 날파리 때문에 냉장고 안 보관했던 바나나는 껍질을 벗겨서 냉동실에 얼렸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메인 냉장고는 모두 비우고 스위치를 꺼놓을 것이다. 김치냉장고에는 각종 소스를 넣어 놓고 잡곡쌀과 흰쌀을 보관하기로 했다. 소금물로 수분을 빼고 설탕으로 다시 절여놓았던 차요태지도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우리 가족이 한국에 가있는 동안, 시골에서 선교활동을 하시는 지인에게 나이로비에 오면 언제든지 집을 사용하라고 했다. 그분들이 집에 오시면 요리를 할 때 필요할 것 같은 기본적인 소스는 부엌 한쪽에 챙겨놓았다. 어느 사이에 남편은 손님을 위한 안내문을 작성해서 열쇠 보관 앞과 워터 스위치 앞에 붙여 놓았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해도 잘할 만큼 짐을 정리하는 남편은 오전엔 미리 사다 놓은 커피와 녹두콩과 선물을 포장했다. 내가 꺼내 놓은 옷가지들도 케리어에 잘 담았다. 역시나 정리정돈을 끝내주게 하는 남편이다.

두 딸은 2년 만에 한국에 가는 것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른다. 나는 고국의 여름 날씨를 좋아하지 않아서 마음 한쪽이 편안하지 만은 않다. 그래도 연로하신 양가 부모님과 군입대를 준비하는 아들을 위해서 기분 좋게 출발을 해야겠다.


6월 6일(목), 감사 일기

1. 집 안팎에 일이 웬만한 것은 정리가 되어서 감사.

2. 케냐 날씨가 콜드시즌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침저녁에는 반팔이 아닌 긴팔이 필요한 시기이다. 반면 한국은 점점 날씨가 더워지고 있지만 감사의 마음을 잃지 말자.

3. L에게 차요태 열매와 피클과 나물볶음을 오토바이로 보냈다. 그녀는 나에게 감사해하고 나는 챙길 수 있어서 감사.

4. H가 우리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집을 제공해 주고 막내오빠가 차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한국에서 즐겁고 감사하게 지내자.

5. 케냐에서 오랫동안 계시다가 말레시아로 가신 한 사모님과 카톡을 주고받았다. 그녀는 케냐에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리운 것이 전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말레시아에서 아주 재미있게 살아가신다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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