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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준비

84일

by Bora

요 며칠 사이에 한국으로 출국하기 위해서 집안 정리를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케냐에 계셨던 지인이 한국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데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목각 기린이 필요하다며 꼭 사다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미리 연락을 주었더라면 진작부터 쇼핑을 했을 텐데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 보니 마음이 조급했다. 다른 지인은 2주 전에 커피와 홍차 구입을 부탁했었기에 우리 물건을 사면서 미리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H가 원하는 가격에 목각 기린을 살 곳이 인근에 없었다. 그녀가 전에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한 곳이 가든몰이라는 우리 집에서 차로 한번 가는데만 50분이나 걸린다. 웬만해서는 부탁을 거절하는 사람이 아닌 나에게 무척이나 버거웠다. 고민 끝에 그녀에게 기린을 못 사러 갈 수도 있다고 카톡을 보냈다. 그러나 H는 꼭 목각 기린이 필요하다며 사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녀에 부탁이 참으로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마음이 상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장소에 갈 수는 없지만 집에서 가까운 케냐전통물건을 판매하는 스피너스 웹이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그곳에 도착해서 목각기린을 스마트폰으로 찍은 후에 신속하게 H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그러나 그 스타일은 그녀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답이 왔다. 몇 번의 사진과 연락을 주고받다가 H는, 목각 기린 뒤에 장식되어 있던 색다르게 만들어진 얼룩말과 기린을 선택했다. 마침내 무거운 숨을 크게 몰아 쉬었다.


6월 5일(수), 감사일기

1. 몇 달 전에 사놓은 생두를 한국에 가지고 가려고 지퍼팩에 넣었다. 지인 중에서 생두를 좋아하는 분에게 드릴 생각을 하니 감사.

2. RVA 학생들이 사용했던 두꺼운 침낭을 햇볕에 소독을 하기 위해서 빨랫줄에 널었다. 무거운 14개에 침낭을 빨래 줄에 널고 걷느라고 수고한 남편에게 감사.

3. 미리 선약이 있었던 C를 만났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처음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C가 나이로비에서 열심히 살아가니 감사.

4. H가 진심으로 원하는 목각기린은 아니지만 색다른 디자인에 기린과 얼룩말을 구입했다. 맘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 감사.

5. H가 부탁한 물건을 구입하면서 바나나 잎으로 만든 바오바 나무와 목각 기린 한쌍과 돌로 만든 장식용 작은 동물들을 구입했다. 나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했으니 H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털어내기로 했다. 그래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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