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뇌색남이 되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남편에게 가장 신기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책을 읽지 않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결혼한 지 11년.
그동안 남편이 책을 읽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글을 쓰는 건 물론이고, 글자를 오래 보면 눈이 아프다며 피한다.
그런데도 회사에서 일을 잘만 하는 걸 보면,
이건 세기의 미스터리다.
어느 날, 남편과 뒷산을 산책하던 중 매미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괜히 아는 척을 하고 싶어 물었다.
“남편, 매미가 저렇게 울기까지 몇 년 걸리는 줄 알아?”
“7년.”
“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 책도 안 보면서?”
그러자 남편은 별자리 이야기부터
지구의 물리법칙, 빛의 속도와 별의 탄생까지 줄줄 읊어댔다.
이게 뭔일인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남편아닌 남편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 모든 지식은 ‘유튜브’에서 얻은 거란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유튜브,
밥먹을때 TV 켜놓으면서도 유튜브, 잘 때도 유튜브.
하루 종일 주경야유(晝耕夜You)로 살아가는 남편.
그동안 나는 남편이 유튜브를 볼 때마다 잔소리를 퍼부었지만,
이제는 그를 놓아주기로 했다.
남편은 유튜브를 보는 게 아니라, 책을 읽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러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혹시 아는가?
유튜브로 뇌색남이 되어,
이번 생의 마지막 섹시함을 발산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도 저 멀리서 들려온다.
남편의 유튜브 책 읽는 소리.
뇌가 섹시해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