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텃밭에서 피어난다
저번 주 일이다.
텃밭에서 고추며 쌈채소, 대파까지 한가득 수확했다.
옆집 어르신이 부추까지 한 줌 더 얹어주시니, 두 손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집에 돌아와 싱싱한 작물들을 하나하나 손질하며, 누구에게 나눠줄까 생각하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때 남편이 조심스럽게 한마디 한다.
“이거… 현미 좀 갖다줄까?”
현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누구더라, 현미… 아, 그렇지.
남편의 고향 친구. 그 깨복쟁이 여사친 ‘현미 언니’.
2년 전쯤이었나.
현미 언니가 옆 동네에 산다는 걸 알고,
남편이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듯 활짝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언니한테… 농작물을 준다고?
그 순간, 내 안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살짝 일렁였다.
내 지인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워 “많이 가져가~” 하면서 퍼주던 나였는데,
남편의 여사친이라는 이유 하나로 왠지 모르게 주기 싫어졌다.
‘둘이 먹기엔 너무 많으니까 나눠야지…’
스스로를 설득하다가도,
‘하필 그 언니한테? 그것도 배달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혼자 속으로 분주하게 심문(?)을 벌이던 중
슬쩍 남편을 바라봤다.
“어라… 생각보다 괜찮은 얼굴이었나?”
괜히 남편이 조금 잘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또 묘하게 기분이 더 나빠졌다.
드라마에 왜 그렇게 ‘여사친’ 캐릭터가 자주 나오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질투라는 감정은 가끔은 살짝 자극되어야 제맛이니까.
“아 몰라. 알아서 해. ”
입으론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마음이 너무 훤히 들켜버린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휴, 나도 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