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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세에 그림을 시작한 모지스처럼

배움이 즐겁고, 오늘이 충분한 시간

by 봉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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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세계적인 화가가 된 그랜마 모지스(Grandma Moses)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 평범한 농부의 아내로 살며 아이들을 키우고, 농사일을 돕고, 자수를 놓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70대에 관절염으로 자수를 놓을 수 없게 되자, 대신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 속에는 시골의 농촌 풍경과 계절의 변화,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일상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참 마음이 따뜻했던 사람인 것 같다.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문득 꿈을 꾸어본다.

나이 들어서도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꿈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나는 매주 월요일,
구갈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수채화를 배운다.


함께 공부하는 어르신들 중에는
80세, 90세이신 분들도 많다.


매주 진행되는 수업은 그야말로 각자의 인생을 그린 작은 전시회 같다.

서로의 그림에 조언도 해주고, 작은 실수에도 박수를 보내며 웃음을 나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내 가슴도 덩달아 두근거린다.


예민하면서도 덜렁거리는 나의 성격을
금세 간파하신 선생님은 늘 말씀하신다.

“그 느낌 그대로, 정점을 살려서 계속 그려보세요.”


그 한마디에 나는 다시 용기를 얻는다.


세계적인 화가가 되지 못하면 어떠하리.
배우는 게 즐겁고, 표현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불안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도 물감 한 방울에 마음을 섞는다.

순간을 즐기라는 말, 어쩌면 이것이 바로 그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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