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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훈 Nov 21. 2024

자유의 나비

 이제야 나비는 날아올랐다.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던 나비였다. 가끔 날개를 움찔거리며 자리를 다잡거나 바로 옆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그 자리에 계속해서 머물고 있었던 그 작은 나비, 나는 이 신비한 생명과 함께 가만히 있었다.


 얇고 가냘픈 몸과 날개로 이루어진 이 생명에게서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비애. 물방울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크게 울릴듯한 이 평온한 공간에서 아무 소리 없이 나풀나풀 날아가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가벼움과 덧없음. 나비는 정말 아름답다. 그래서 더욱 쓸모없다.


 나비는 쉽지 않은 생을 살았다.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를 상태로 태어나 자연의 뜻에 따라 변한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를 굳게 만들어 억압하다 끝내 그 틀을 깨고 나와 자유롭게 날아간다. 나비는 어땠을까. 아름다운 성충이 되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변태의 기간이 두렵진 않았을까. 혹여나 깨고 나오지 못해 영영 갇힐 어두운 미래는 그려지지 않았을까.


 이미 지나온 인내의 시간을 잊은 듯이 자유롭게 날아간다. 자신이 가고 싶은 곳도 정해져 있지 않은 것처럼 위로, 아래로, 옆으로 아무렇게나 나풀나풀. 가만히 있던 시간 동안 좀이 쑤셨던 것인지 아무렇게나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니더니 끝내 다시 앉은 곳은 아까 한참을 앉아있던 그곳이다.


 ‘자유가 괴롭니.’ 이곳이 나비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인 건지 아니면 어떤 미련이 있어서 떠나지 못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어서 물어본다. 한 곳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한참을 매달리고 버티고 나서야 얻게 된 자유임에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다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모습.


 나비는 자신의 자유를 어떻게 뽐내고 싶은 걸까. 그저 아무런 힘없이 가볍게 날아다니기만 하는 것이 이 녀석에게 허락된 자유인 걸까. 흘러내리는 빗방울 하나에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이 나약한 녀석이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고 여유롭게 나풀거리는 것일까.


 나비는 무엇을 느낄까. 오랜 시간을 견뎌왔지만 변한 거라곤 자신에게 고작해야 스스로를 떠올릴 작고 얇은 날개일 뿐인데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이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 시간 동안 자신이 바라던 꿈이 겨우 그거였을까. 더욱 아름답거나 강인했으면 다른 세상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않겠지. 이미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것 같다. 비록 자신만을 떠올릴 작고 얇은 약한 생명일지라도 스스로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자신이, 아무런 목표나 정처 없이 떠도는 데로 옮겨 다니는 삶이어도 심지어는 너무 약해서 궂은날이 찾아올 때면 보호하기 위해 숨어있어야만 하는 이런 덧없는 순간들이 연속해서 일어날지라도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늘을 배경삼을 것이다.


 고작해야 나비의 애벌레로 태어나 자연의 이치에 따른 진화를 거쳐서 날개를 단 이후에 아무런 정처 없이 나돌기만 하는 이 작은 곤충에 이렇게까지 많은 의미를 넣어서 바라보고 있는 영장류인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연의 이치에 따라 태어나고 자라났지만 그보다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날개보다 더욱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들을 스스로 쟁취해 내야 하지 않은가. 그저 생명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만 존재할 수 없다. 나비는 그 아름다움과 정처 없는 떠돌이 생활이 그들이 가진 훌륭한 가치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영장류는 도태되었을 뿐.


 오늘도 해는 뜨고 시간은 흐른다. 나비는 날았고 나는 주저앉았다. 나비의 날갯짓이 허약하고 의미 없어 보이지만 저들도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이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어디로든지 가기 위해서 날갯짓을 열심히 한다. 나도 숨을 쉬고 걸어야만 하겠지. 의미를 찾고 희망을 바라며 매일매일 내게 주어진 자유에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아야겠지. 


 하지만 나는 인간이다. 자유를 벗어나 억압에 들어가야만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멍청한. 나비보다 더 큰 날개가 달려있어도, 더 오랜 인내의 시간을 지나와 강인한 몸을 지녔음에도 고작해야 그 쓸모없는 아름다움의 가치에 비비기 힘든 그런 무능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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