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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봄

꽃이 피기 전

by 정다훈

새하얗던 세상이 파랗게 변해간다. 금방이라도 일어서서 달려 나갈 듯한, 마치 자신이 살아있다고 외치는 것 같은 식물들의 생생함이 영문모를 힘을 준다. 생물의 힘은 동물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몽우리들이 여럿 보인다. 긴 시간 잠들어 있던 놈들이 모두 이제는 자신의 세상이 왔다며 얼굴을 내비칠 준비를 한다. 꼬박 1년을 기다린 자신들의 시간에 얼마나 뽐내고 싶을까. 하지만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냥 늘 있는 일처럼 평소와 똑같이 피어난다.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답게.


그래, 뭐니 뭐니 해도 봄은 역시 새로움이다. 새 학기, 입학, 첫 비, 개화 같은 시작의 알림. 비록 1월은 겨울로 시작하지만 한 해의 시작을 무엇보다 제일 크게 알리는 것은 벚꽃일 것이다. 벚꽃과 매화시즌을 시작으로 수많은 작고 큰 이벤트들이 시작된다. 모든 일은 시작이 가장 크고 창대한 법. 그 새로움을 앞지를 수 있는 큰 열정은 쉬이 찾기 어렵다.


많은 것이 시작되기 일보직전이다. 밖으로 나와 잠깐 걸으면 모든 자연이 스타트라인에 준비 중인 육상선수 같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와서 자신들을 뽐내며 세상의 시작을 알릴듯한 감성이. 그런 만큼 죽은 듯이 고요하다. 바람도 불어오지 않고 하늘도 적당한 구름과 햇빛을, 길거리엔 아무것도 없는 정적만이, 폭풍전야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나도 새로움을 얻고 싶다. 하지만 이제와 어디서 새로움을 그리 느낄 수 있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잠깐의 어색함 뒤에는 그저 그런 인간관계인 것이 전부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세상의 변화와 주변의 모든 컨텐츠는 지루함을 만든다. 매번 돌아오는 봄은 결국 늘 그렇듯 똑같이 1년이 지나 자연스레 와버린 계절에 불과하다.


봄의 시작이 만연해지기 전에 나에게도 봄 같은 일이 하나쯤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어디선가 나타난 새로움에 내가 새로이 시작할 수 있도록. 그런 마음을 가진 체 봄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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