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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찬바람

겨울의 시작에서 가을을 보내주며

by 정다훈

춥다, 추워. 온기라고 부르기엔 부끄러운 서늘함이었지만 그럼에도 남아있었던 그 약간의 온기에 기분 좋아졌던 가을의 날씨가 사라졌다. 볼에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낯설지만 반갑다.


가을은 늘 아쉽다. 정말 좋은 계절이지만 정말 빨리 떠나간다. 그래서 항상 붙잡으려 노력해서 패딩을 아직 꺼내지 않고 코트로 버텨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나는 떠나는 가을의 등을 미련 없이 밀어주었다.


올해의 찬바람은 새로움을 가지고 있다. 지나온 따스함은 없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맑은 공기를 불러오는 기분, 나는 이 속에서 기쁨을 찾아냈다. 가을의 끝을 겨울의 시작이란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겨울은 두려웠다. 정말 몸을 얼리는 듯한 강추위는 옷을 암만 껴입어도 버틸 수 없었다.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들어가면 너무 추워서 따뜻한 물을 틀어놓지 않으면 사용할 수가 없었다.


떠나는 가을아, 너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너가 남겨준 것이 한 두 개 일리 없다. 지금 당장에 내가 먹고 있는 과일조차도 남겨준 선물 아니겠나. 먹고 있는 밥과 잔뜩 꾸며서 얻어낸 인스타용 사진들, 추억들 모두가 너가 남겨준 선물이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를 가두고 새로움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겠지.


세차게 부는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하나 없는 계절이 왔다. 옷깃을 여미고 종종 발걸음을 옮긴다. 사라짐이 아니라 새로움을 느끼며, 가을에게 이별을, 겨울에게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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